특히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민법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이나 유류분 제도에 관한 헌법소원 등은 필자가 직접 참여한 사건도 있어서 더 와 닿았다.
필자 생각에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을 2가지를 꼽아 보자면, 첫 번째는 형법에 정해진 ‘친족상도례’를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다. 친족상도례는 친족간의 재산범죄에 있어서 처벌과 소추 조건에 관한 특례를 말한다.
재산범죄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정한 친족 관계가 있는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정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규정됐다.
하지만 현재의 가족 관념에서 친족상도례 유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쌓여왔다. 친족상도례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정한 친족 관계가 있기만 하면 실제 어떠한 유대관계가 있는지도 상관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 유무나 범죄행위의 모습, 피해의 규모 등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형을 면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질병, 장애, 노령 등 사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사람의 경우다.
피해자가 가족이나 친족에 의존하기 쉽고, 경제적 의사결정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은 결국 경제적 착취를 허용하는 꼴이 된다.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재의 결정도 짚어볼 만하다. 유류분 제도는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에 있는 사람에게 법정상속분 일부가 귀속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인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가족생활의 안정, 상속 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유류분 제도 역시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제한한다는 등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번에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판단하면서 유류분 제도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여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고, 따라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현재의 가족 구조 등에 비춰보면 형제자매까지 유류분 권리자에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류분 판단에 기여상속인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두 가지 큰 결정은 가족 관계 모습이나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분명 가족법 내에 있는 다른 제도의 운용이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