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취임식
鄭 “지금 격랑 한 가운데 떠 있어”
“초유 사태‧사건 연속…중심 잡고
헌법‧법률 따라 신속 헤쳐 나가야”
趙 “배려‧공감 기본…사고 유연해야”
“우리 사회 미래 위한 이정표 제시
설득‧포용 자세로 많이 대화하겠다”
헌법재판소가 2일 오전 10시 대강당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 등 헌재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한창(59·사법연수원 18기)‧정계선(55‧연수원 27기) 헌법재판관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로써 헌재는 지난해 10월 국회가 선출한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등 3인이 퇴임하면서 75일 동안 유지된 불완전한 6인 체제에서 벗어났다.
2명의 신임 헌법재판관들은 취임사를 통해 한 목소리로 “골고루 듣겠다”고 강조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는 지금 격랑 한 가운데 떠 있다”며 “연이은 초유의 사태와 사건이 파도처럼 몰려와도, 침착하게 중심을 잡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기대어 신속하게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잘 보고 골고루 듣고 중지를 모아 헌법이 가리키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 신임 재판관은 충북 충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 서울행정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헌재 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진보 성향 법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여성 최초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재판장으로 임명돼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조한창 재판관 역시 이 자리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통한 기본권 보장이 어떻게 실현돼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재판관은 특히 “배려와 공감을 기본으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통하여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겠다”며 “저의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고 설득과 포용의 자세로 선배‧동료 재판관들과 많은 대화를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 신임 헌법재판관은 경기 수원 출생으로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2년 법관으로 임관해 29년간 근무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꾸준히 대법관 후보군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보수 성향이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의 통치 행위도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존중한다고 답변했다.
조 재판관은 이날 “무엇보다도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초대 헌법재판관을 지낸 알비 삭스의 ‘블루 드레스’라는 책 중에서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판결에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제 각오를 다시 한 번 더 굳게 다지겠다면서 취임사를 마쳤다.
같은 날 취임한 정 재판관은 “최선을 다하여 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받치는 지혜의 한 기둥, 국민 신뢰를 받는 든든한 헌법재판소의 한 구성원,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믿음직한 동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 재판관은 “슬픈 난국을 수습하고 희망을 찾는 위대한 여정에 동행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여 따라가겠다”며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 모두에게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이 인사가 평범하게 들리는 일상이 하루 빨리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마무리했다.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임기는 2025년 1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6년간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