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尹도 못 넘은 산…李 정부도 ‘입법 난제’ [전속고발권 해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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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건 넘게 발의…단 한 건도 통과 못해
재계 반발·전문성 논란 ‘이중 장벽’
고발 남용 vs 피해구제 확대 충돌
‘균형 설계’ 없으면 또 좌초 가능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1월~2026년 2월 부당공동행위(담합) 고발 사건 처리 현황' 자료.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개혁 공약’이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진 사례는 한 번도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본회의 직전 무산됐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손을 대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전면 개편 논의가 점화됐지만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핵심은 단순한 ‘개혁과 유지’ 구도가 아니라 재계·정부·정치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문제라는 데 있다.

“20건 발의, 0건 통과”…번번이 막힌 이유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등 6개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담합·불공정 거래 사건을 전문기관인 공정위가 일차적으로 걸러내도록 한 ‘관문’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사실상 ‘형사처벌 진입장벽’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피해 기업이나 개인이 직접 형사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면죄부’ 논란도 있다.

국회에서는 18대 이후 지금까지 전속고발권 폐지나 축소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5건 발의됐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다. 이는 제도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실제 입법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입법이 번번이 좌초된 가장 큰 이유는 재계의 강한 반발이다. 경제단체들은 “전속고발권이 사라지면 무분별한 형사 고발이 늘어나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를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최근 전면 폐지 방안을 검토하자 재계는 다시 “형사 리스크가 상시화되면 기업 경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통상부와 법무부도 기업 부담과 제도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도 ‘고발 남용’ 가능성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사건의 성격을 걸러주는 장치였다”며 “폐지 시 경쟁사 간 전략적 고발이 늘어나고 기업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 역시 “공정거래 사건은 고도의 경제 분석이 필요한 영역인데 수사기관이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문성 없는 수사가 오히려 기업 방어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거래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고발이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은 항상 형사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하고 이는 경영활동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그 영향은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고발 남용, 수사 전문성 부족이 입법을 가로막는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文 정부 ‘막판 후퇴’…입법 직전에서 멈춘 전례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가장 근접했던 시점은 2020년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당시였다. 정부와 여당은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까지 통과시키며 입법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끝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검찰 권한 확대와 맞물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재계 반발과 공정위 내부의 신중론도 영향을 미쳤다. 이 사례는 전속고발권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입법 단계에서는 후퇴하는 제도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도 정치권의 입장은 엇갈린다. 민주당은 전속고발권 폐지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피해 구제가 제한되는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형사처벌 확대가 기업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2020년과 비교해 수사권 구조가 변화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검찰 직접수사권이 축소되는 등 검찰개혁이 진행되면서, 당시 반대 논거였던 ‘검찰 권한 확대’ 우려는 일정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전문성 문제와 기업 형사 리스크 확대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 논쟁의 초점은 검찰 권한 문제에서 제도 설계와 수사 역량 문제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 “결국 균형의 문제” 한목소리

전문가들은 폐지 여부 자체보다 ‘보완 설계’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폐지에 반대하는 논리는 전문성 문제, 기업 소명권 약화, 제3자 고발 남용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수사기관의 전문성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재 경찰이 변호사 출신을 일부 선발하고 있지만 규모가 부족하다”며 “경제·금융 분야 경험이 있는 변호사를 특채 형태로 선발해 전담 수사부서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속고발권이 적용되던 영역은 전문수사관이 필요한 분야”라며 “중수청이든 경찰이든 이런 수사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제도 개편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제도 개선 방향으로 ‘요건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전속고발권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고발권을 확대하더라도 일정한 요건과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발이 남용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 보호와 기업 활동의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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