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중동 내 확전 양상으로 9일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시멘트와 페인트 등 건설 자재와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이 직간접적 영향권 안에 놓이게 됐다. 1500원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과 심리적 마지노선인 ‘국제유가 100달러’는 기업의 손익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만큼 각 업계는 중동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생산 주요 연료인 유연탄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같은 화석연료인 유연탄이 동반상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당시에도 유가가 요동치면서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다”며 “수입처 다변화와 예측 불가성 등으로 시장 가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수입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환율이다. 시멘트 제조사들은 생산 핵심 연료인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제조원가의 약 30% 안팎을 차지하는 유연탄의 가격 강세에 고환율 리스크까지 겹치면 비용 압박은 더 거세진다. 건설 경기 침체로 내수부진과 친환경 설비 투자, 안전운임제 부담이 커진 시멘트 업계는 설상가상으로 고환율·고유가 등의 악재가 더해져 원가 관리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페인트업계도 고유가·고환율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페인트의 원재료 대부분이 석유화학 제품인 데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커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개월치 규모의 재고 확보와 구매처 다각화 등으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지만 시장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며 “원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선제적으로 비축분을 늘리는 등 유동적인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의 원가 관리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시멘트, 철강, 페인트 등 주요 건설자재의 원가가 뛰면 공사비 부담이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 대부분이 디젤 연료에 의존하는 데다 철강, 전선, 케이블 등 주요 자재 상당수가 수입 원가와 맞물려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오를 경우 주택 건축 비용은 0.09%, 시멘트·레미콘·콘크리트 제품 생산비용은 0.2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지 못해 분양가를 인상할 경우 주택공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식품업계도 영향권 안에 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대부분 원재료를 수입해 이를 가공하는 형태로 원재료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유가가 오르면 해상 운임이 상승해 제조원가와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포장재 역시 유가 급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식품 포장재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페트(PET) 등은 석유화학 수지 기반 소재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포장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편은 아니다”라며 “곡물 등과 다르게 대규모 선물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라 다른 원재료보다 반영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