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부터 동양·ABL까지…보험 M&A 시장 '먹구름'

입력 2025-01-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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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업계 인수·합병(M&A)이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히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동을 건 동양생명과 ABL생명, MG손해보험의 매각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M&A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보험사에게까지 불확실성이 번지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보 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 시위'와 관련 "전체 조합원의 95%가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쟁의 행위는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예금보험공사가 MG손보 매각 관련 설명자료에서 "노조가 공사 앞에서 불법 컨테이너 건물을 설치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MG손보 노조는 실사 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노조는 "이달 9일 예금보험공사(6명), 삼정kpmg(3명), 삼일회계법인(6명) 총 14명의 실사단이 무단으로 입점해 실사를 위한 공간과 전산장비 설치, 회사 내부망 연결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사단이 이 과정에서 내부망 접근 열람 시 의무 서류인 기밀유지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이에 '절차상 위법의 소지가 있으니 사전에 자격요건을 갖춰달라'고 요구하자 실사단이 자체 회의 후 스스로 퇴실했다"고 주장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처럼 노조와의 갈등이 격화되며 실사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에 있다. P&A는 부실 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 중 필요한 부분만 인수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인수자는 부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고용 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

메리츠화재는 그동안 주주 이익에 반하면 언제든 매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예금보험공사는 설명자료를 내며 매각 실패 시 고객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노조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의 강경한 태도와 메리츠화재의 신중한 입장이 맞물리면서 M&A 성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제공=동양생명)

우리금융지주가 진행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는 금융당국에 달려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두 생명보험사를 약 1조5493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5개월 만인 15일 금융위원회에 인수 승인 신청서를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계약 체결 후 1년 내 인수 절차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계약금 일부를 잃을 수 있어 개시한 일반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와 경영실태평가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인수 승인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내부 통제 강화를 강조하며, 우리금융에 대한 '매운맛' 결과 발표를 예고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종합평가 2등급이지만, 이번 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으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최근 보험업계 M&A는 금융 규제와 노조의 반발에 전례 없는 지연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밖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많은 가운데 이번 매각시도들이 실패할 경우 매물 적체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 등 매각을 기다리는 회사들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향후 M&A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는 '매각 5수생'으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매각에 실패했는데, 이번 기회마저 무산되면 청·파산 가능성이 크다"며 "M&A 시장이 활발히 움직여야 할 시점에,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며 다른 매물들마저 대기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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