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호 전 공정위 부원장, 15일 국회 토론회서 정부 역할론 강조
정부가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배달앱 플랫폼 수수료 이슈에 대해 '카드 수수료'처럼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당국이 적격비용 산정을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총 13회에 걸쳐 하향조정한 선례가 있는 만큼 시장지배적 구조 속에서 수수료 수준이 시장 자율로 해결되기 어려운 배달 플랫폼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배달앱 수수료 공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지철호 법무법인광장 고문(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배달앱 수수료 인하방안 -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사례와 비교' 제하의 발표를 통해 "배달앱 시장은 전형적인 시장 실패가 존재하는 시장"이라며 "정부가 배달앱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우아한녀석들), 요기요(위대한상상), 쿠팡이츠(쿠팡이츠서비스) 등 3개 업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 제2조에 따르면 시장지배적사업자란 단독으로 혹은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 수량, 품질, 그 밖의 거래조건을 결정하거나 유지, 변경할 수 있는 지위를 갖고 있는 업체를 말한다.
지 고문은 현 배달앱 시장 특성으로 △현 배달앱 수수료를 배달앱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점 △배달앱 수수료가 수요와 공급 변동에 따라 바뀌지 않고 고정돼 있다는 점 △고객 및 자영업자 규모가 커질수록 배달앱의 영향력과 효율성도 커진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발표된 배달협의체 상생안 등으로) 배달앱 업체와 자영업자가 상생협력을 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며 "업체들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이윤이 달려있는데 이윤추구 대신 상생을 택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배달앱 점유율이 커질수록 비용 감소 요인'이 발생한다"며 "배달앱 개발은 큰 기술적인 제약은 없지만 신규 배달플랫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등을 위한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배달앱을 상위 1~2개 정도만 사용하는 '멀티호밍' 현상이 심화돼 시장지배적사업자 업체들의 가격과 자사우대, 최혜대우 등 시장지위 남용가능성이 커진 점도 문제로 꼽혔다.
지 고문은 정부가 수수료 이슈에 개입한 대표 사례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꼽았다. 실제 신용카드 수수료율의 경우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총 13차례 하향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카드업계의 극렬한 저항이 있었으나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적격비용 산정을 통한 3년 주기의 수수료율 산정이 명문화돼 있다는 점이 수수료율 인하를 이끌었다. 그는 "정부의 개입 결과 2007년 4.5% 수준이던 연 매출 5억 원 이하 자영업자 수수료율은 2022년 0.5~1.1%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 수수료와 배달앱 수수료 모두 요율 조정을 시장 자율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배달앱 이슈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 수수료의 경우 사업 근거 법안이 마련돼 있던 반면 배달앱의 경우 관련 법률이 없어 법률을 통한 단기간 내 규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봈다.
이에 지 고문은 중장기적으로는 배달앱 플랫폼 규제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지 고문은 "입법안을 통해 가격 상한선을 정한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수료 결정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하는 법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배달 수수료가 인하되도록 하려면 배달앱 포함 플랫폼 사업자들이 규제를 받는 플랫폼법 제정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