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 대표 취임 후 기업 따이궁 담당 해체 등 조직개편 단행
매출 타격 불가피…전체 매출에 50% 차지
롯데면세점, 브랜드 유치 등 바잉파워 약화 우려
따이궁(代工·중국인 보따리상)과 거래 중단을 선언한 롯데면세점이 조직개편을 통해 특판조직까지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면세점 수익 악화의 주원인으로 꼽혀온 따이궁과의 관계를 뿌리까지 정리하겠다는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면세점 근무 경험이 전무한 김 대표가 국내 면세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취임하자마자 성급하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면세점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형 따이궁 상품의 발주 등을 담당하는 특판조직을 해체했다. 이달부터 기업형 따이궁에게 면세품 판매 중단도 통보했다. 기업형 따이궁은 면세점에 따로 발주를 넣어 수십억 원의 대규모 거래를 하는 수입업자로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기업형 따이궁과의 거래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담당 조직까지 없앤 건 국내 면세점 중 롯데면세점이 처음이다. 따이궁은 면세점 수익 악화 주원인으로 지목돼왔다. 2017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국상품 불매)으로 인해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국내 면세점들은 따이궁 유치를 위해 출혈 경쟁을 펼쳤다. 따이궁 유치를 위해 막대한 송객수수료를 내면서 면세점 수익성은 계속 악화했다. 결국 면세업계는 2023년 1월부터 따이궁 송객수수료를 낮춰 애초 40% 후반대에서 현재 35%대까지 낮췄다.
김 대표가 따이궁과의 거래를 서서히 줄이지 않고, 한 번에 거래중단을 단행한 급진적 방안을 택한 건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롯데면세점은 작년 1~3분기 누적 기준 92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런데 따이궁과의 거래중단으로 급격히 줄어든 매출을 어떻게 복구하느냐는 난제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매출의 50%가량이 따이궁에서 발생한다. 작년 매출 3조7900억 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연 매출이 1조8000억 원대로 쪼그라들게 된다.
매출이 급감하면 롯데면세점은 ‘업계 1위’ 자리가 위태롭게 된다. 당연히 바잉 파워(구매력)가 약해져 브랜드 유치전에서도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 등이 따이궁과의 관계를 한 번에 끊지 않고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선 면세점 경험이 없는 김 대표가 면세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1997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로 입사 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으로 그룹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지다가, 작년 11월 말 롯데면세점 대표로 선임됐다. 비면세인 출신으로 수장이 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면세업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의 따이궁 거래 중단으로 단기간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협상력이 훼손될 위험 부담이 있다”고 “(김동하 대표가) 면세업계 출신이 아닌 터라 여러 우려가 있는데 과연 이번 결단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따이궁과의 거래중단 이후 불거진 일련의 우려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작년 초부터 업계와 관세청이 함께 시장 정상화를 위해 자정적 노력을 해왔다”며 “따이궁 매출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마케팅부문 신설, 브랜드상품 관리 효율화를 위한 운영혁신부문 신설 등 경쟁력 확보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