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험사의 유튜브 채널. 호평받은 광고 밑에 분노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바로 해당 보험사의 광고 모델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그 불만과 함께 등장한 건 모델의 부모님과 시바견이었는데요. ‘유기’라는 단어와 함께 말입니다.
자신의 딸이 키즈모델로 활동 중인 A(여)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반려견인 시바견 ‘대송이’의 파양 소식을 전했는데요. A 씨는 “내가 정말 동물 사랑하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을 거고, 털 알레르기 있어도 꾹꾹 참으며 매일 산책 시키고 안방도 내주며 잘 지내보려 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런데 입질하고 (사람이) 집에 없으면 이불, 매트, 소파 등 집 안에 오줌 싸고…하루에 한 번씩 그러니 미칠 지경”이라며 “내 생에 개라는 끔찍한 기억을 준 시XX기. 집에서 지내면서 등 따습고 행복한 줄 알아야 했다”고 반려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죠.
결론은 유기 느낌의 파양이었는데요. A 씨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가장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는 “이제 시골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다른 시골 개들처럼 묶여서 잘 지내라”면서 “된장 바르기 전에 시골 할머니 댁으로 보냈다”고 적었는데요. 마치 반려견을 보양식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성’ 문구였죠.
이 모든 대화가 ‘유출본’도 아닌 스스로 공개한 내용이란 점도 충격을 줬는데요. 이후 A 씨의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게재됐고, A 씨의 신상도 빠르게 퍼지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네티즌들은 곧이어 A 씨의 딸이 B 보험사의 키즈모델로 나선 사실을 찾아냈죠. 그러자 네티즌들은 B 보험사의 유튜브 채널에 찾아가 영상에 “자기 반려견에게 된장 바른다며 보신탕을 떠올리게 하는 가족이 광고하는 보험이 말이 되냐”, “소비자 기만이다”, “책임을 똑바로 묻기 바란다”, “‘펫보험’도 있는 곳인데 모델 선정에 신중했어야 한다”며 비판 댓글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B 보험사 측은 답댓글을 통해 “해당 광고 영상은 현재 운영 중단되었으며, 정확한 상황 확인 및 추후 조치 예정”이라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A 씨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강아지를 키우는 애견인임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언행을 SNS에 게시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렸다.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많은 분들이 대송이를 걱정해 주시면 제게 보내준 많은 조언을 보며 무서워 숨고만 싶었다. 대송이는 오늘 집으로 데리고 왔다. 모두들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절대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반려견 때문에 힘들었던 감정을 ‘그대로’ 노출한 뒤 ‘별 생각 없이’ 파양을 선택했고, 이를 ‘당당히’ 공개한 A 씨의 행동은 어찌 보면 허술했는데요. SNS와 유튜브 등에서 강아지로 인기를 얻은 인플루언서가 아니었기에 드러난 소식이었죠.
SNS와 유튜브로 인플루언서로 등극한 이들 중에 반려견과 함께한 일상이 화제가 된 경우가 많은데요. 일명 ‘개플루언서’로 불리죠. 이 단어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쓰이는 중인데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귀여운 내 반려견·반려묘를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SNS와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나도?”라며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너무 귀여워요”, “똑똑한 아기”, “나만 없어 고양이” 등의 부러움 가득한 댓글과 반응이 이어지며 펫용품 관련 광고를 받는 등 ‘유명 강아지 인플루언서’로 등극하죠.
그 수가 많아지다 보니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런데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치트키는 바로 유기견과 유기묘입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펫샵 이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면서, 귀엽고 예쁜 혈통 강아지보다는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커졌는데요. 블랙핑크 로제, 배우 조승우와 김고은 등 유기견들을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는 이들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개플루언서도 선회했습니다.
유기견과 유기묘를 구조해 키우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쇼츠가 화제가 되기 시작했는데요. 대부분 밖에서 떨던 아이들이거나 버려진 아이들이다 보니 상처와 병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구독자들의 모금도 진행됐죠. 정말 모든 것이 선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주작 유튜버’, ‘주작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집 앞에서 강아지를 주웠어요”로 시작되는 주작 방송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이 과정을 통해 유기견을 구조한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고 ‘주작’을 감행한 거죠.
이들의 과정은 거의 동일합니다. 집 앞을 지나는 길에 박스에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하죠. 대부분 어리고 품종견인 경우가 많은데요. 꼭 그들 앞에서만 혈통 있고 예쁜 강아지가 버려지고 발견되죠. 이를 활용해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얻은 이들은 꼬리를 잡히고 마는데요. 그 과정에서 유튜브를 접게 되면서 그 강아지들이 잘 지내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전 여자친구가 키워온 개를 유기견으로 속여 후원금을 받고 잠적했던 ‘경태 아부지’의 경우가 비슷한데요. 택배 업무를 하던 C 씨는 몰티즈(말티즈) 견종인 경태를 조수석에 태우고 다녔고, 학대 의혹이 일자 ‘마음 아픈 해명글’을 통해 유명해졌는데요. 사연이 알려진 후 해당 택배 회사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내세우는가 하면, C 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2만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그 후 그는 경태와 또 다른 반려견 태희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로부터 약 6억1000만 원을 챙겨 잠적했는데요. 유기견 구조부터 아이 치료비까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선의로 경태를 응원했던 이들이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강아지를 SNS에 게재하며 홍보했던 이들이 마음을 바꿔 파양하고 싶어도 시선 때문에 어려워지자 ‘거짓 사연’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요. 마치 자신이 우울증이나 회복할 수 없는 병에 걸려 반려견을 보살필 수 없으니 구조해 달라는 편지와 함께 유기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유기에 화를 내다가도 주인의 사연에 눈물짓고 응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실제 경우도 있었지만, 주작이 늘어나면서 격한 비난을 받고 있죠.
이처럼 주작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실제 유기견을 구조한 이들조차 의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들로 인해 진짜 구조가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수의 긍정적인 사례보다 몇 개의 부정적인 사례가 유기견과 유기묘의 또 다른 기회를 막고 있는 건데요. 그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그들이 감당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