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피해 환급금도 숙제…"금융사 배상 책임도" 체제 손보나 [절벽 떠미는 피싱 범죄④]

입력 2023-08-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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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피해 환급액 2020년 1141억→2022년 379억
환급률 2020년 48.5%→2022년 26.1% '배상 미비'
피싱 수법이 진화하면서 피해규모 증명도 어려워
'금융권 배상책임제' 검토…구체적인 내용 확정 못해

(게티이미지뱅크)

갈수록 진화하는 피싱 범죄. 그만큼 범죄자가 붙잡히더라도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피싱 범죄 일당들이 대부분 대포통장이나 가상화폐 등으로 편취한 돈을 소유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다 보니 이를 회수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피싱 피해에 따른 환급액은 2020년 1141억 원에서 2021년 603억 원, 2022년 379억 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환급률(피해 금액을 총 환급액으로 나눈 비율)도 2020년 48.5%에서 2021년 35.9%, 2022년 26.1%로 감소했다. 그만큼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애초 현행법상 피싱 피해자들은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피해금을 신속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 2011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0조에 따르면 금감원은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자와 그 금액을 결정하며 그 내역을 피해구제를 신청한 피해자와 금융회사에 통지하게 돼 있다. 통지를 받은 금융사는 지체 없이 피해환급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런 법적 조항이 있어도 피해자들의 환급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피해 금액에 대한 부분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대면편취형의 경우 현금을 받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해금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피싱 피해로 4600여만 원의 손해를 봤다는 김영규(57) 씨는 "피싱 사기를 당해 5개의 예금계좌를 해지하면서 해당 계좌에 있는 돈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 피싱 일당에게 전달했다"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부분을 설명하고 최대한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했지만, 예금계좌를 해지한 기간이 차이가 있고 모든 돈이 범죄 일당에게 넘어간 것인지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아직 범행을 저지른 일당마저 붙잡지 못한 상태지만, 붙잡더라도 피해 환급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피싱 피해자에 대한 금융권의 '배상책임제'도 거론됐다. 금융사가 피싱 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평가해 일부 피해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과 금융소비자도 피싱 예방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잘 따라왔는지를 따져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금융사가 피싱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피싱 피해자들은 "피싱 피해를 봤을 때, 신고 체계와 후속처리에 대한 도움이 미비하다 보니 디지털 노출이 적은 50~60대 피해자들은 자녀가 없으면 사건 접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김 씨도 "피싱 사기를 당해보니 금감원, 경찰청의 연계시스템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경찰에 신고해도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금융사에 일일이 전화해 각종 인증을 해야 지급 정지가 가능하더라"면서 "긴박한 상황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고,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는 피싱 피해자의 현실이 답답했다. 피싱 피해 신고접수부터 피해 통장, 휴대전화, 서류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 은행, 주민센터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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