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적신호 속 '추경 해프닝'…건전재정 기조 흔들?

입력 2024-11-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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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2.1→2.0%·IMF 2.2→2.0%…내년 성장률 암운
내수부진에 추경론 대두…대통령실-기재부 혼선도
전반기 대비 확장 재정 가능성…양극화 정책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수 침체와 트럼프발(發) 수출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나라 경제 전망에 암운이 드리웠다. 최근 '연초 추경(추가경정예산)' 여부를 둘러싼 윤석열 정부의 혼선 이면에는 1%대까지 거론되는 내년 성장률과 수출 둔화 우려 속에 내수 진작을 위한 확장재정 등의 고민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일관된 건전재정 기조도 대내외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선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이 전망하는 내년 한국 성장률은 종전 2%대 초반에서 2.0%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2.1%→2.0%·12일)과 국제통화기금(IMF·2.2%→2.0%·20일)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0.2%포인트(p) 내렸다. 특히 KDI의 전망은 미국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것이다. 미국으로의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 60% 대중 관세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른 관세 전쟁이 내년부터 벌어지면 수출 타격으로 2.0%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국은행도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1%)보다 낮출 가능성이 높다. 1%대까지 내리느냐가 관심사다. 앞서 KB증권·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내년 성장률을 1.9%로 봤다. 대외 불확실성도 높아졌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회복 지연이 한국 성장률 내림세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3.50%→3.25%)는 긴축에 돌입한 지 3년 2개월 만인 지난달 이뤄졌지만 인하 시기가 늦어져 내수 부진도 길어졌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이러한 가운데 '연초 추경론'이 부상했다. 최근 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을 인용, '정부가 내년 초 추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기획재정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혼선도 빚어졌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추경에 대해서는 논의, 검토, 결정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내년 예산안이 현재 국회 심의 중이어서 본예산이 확정되지도 않은 데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이유로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6% 이상 높여야 한다는 야권 요구에도 2005년 총지출 개념 도입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3.2%로 묶은 상황이다. 또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추경 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내수 부진에 따른 추경 자체가 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모호해 연초 추경 가능성은 시기, 명분 등 여러 여건상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을 추경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현 정부의 추경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소상공인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39조 원 규모 추경이 유일하다.

대통령실은 추경 시점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된 경제 위기에 현재까지의 건전재정 기조를 일부 선회하더라도 내수 진작을 위한 확장재정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후반기 국정 목표로 꼽은 '양극화 타개' 관련 정책에 재정건전성을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보다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현재 재정건전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전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으로 내수를 견인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올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6%로 재정준칙 기준인 3%선을 넘긴 했지만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전 정부 때는 5% 이상 된 적도 있다"며 "내수 침체에 따른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재정을 푸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맞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부가 오히려 재정을 너무 써서 문제가 됐다면 이번 정부는 재정을 너무 안 써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재정이 필요할 때는 풀고, 경기가 좋아지면 줄일 수도 있다. 재정건전성이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정 운용도 '중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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