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 이번엔 뭔가 다르다…깨어난 시민의 힘

입력 2022-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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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인 국제경제부 기자

터질 게 터졌다. 중국 백지시위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강도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시위의 불씨를 댕긴 건 지난달 말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도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고다. 이 사고로 10명이 사망했는데, 건물 봉쇄용 구조물로 화재 진압과 구조가 늦어졌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킨다는 정책이 오히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에 사람들은 철조망을 뚫고, 바리케이드를 부쉈다. 화재 사고가 오랜 봉쇄로 이미 바닥난 인내심을 건드렸다. 사람들은 방역 항의를 넘어 백지를 들고 정권 타도를 외쳤다. 시위는 베이징, 청두, 우한 등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중국 지도부는 한발 물러섰다. 시위 확산 이후인 7일 중국 당국은 주거단지 전면 봉쇄 금지 등을 담은 10가지 방역 완화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는 “용감한 젊은이들, 고마워요”라는 문구가 퍼지고 있다.

시위가 방역 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간의 경제 피해를 고려한 결정일 수도 있고, 방역 완화가 일시적인 민심 잠재우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일로 행동주의에서 비롯된 힘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시위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이후 가장 정치적이고 규모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학자들도 “중국인들, 특히 젊은 시위자들은 시 주석이 신이 아니며, 그의 권력 또한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 코로나가 시진핑 주석의 의지 하나로 약 14억 명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는 공산당 체제의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한 시위 참여자는 “시위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실패한다면 어떡하냐”는 NYT 질문에 “5년, 10년 혹은 그 이상도 걸릴 수 있다. 일생에 걸쳐 자유롭고 민주적인 중국을 볼 수 있다면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시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국민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외치는 젊은 시위자들의 의지는 굳건하다. 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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