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ㆍ증여, 친족 중심으로 설계
외부에 회사 넘길시 지원 부족
수십년 일군 기업, 매도가 이견
자금지원 과제⋯세제혜택 필요

#50년 업력의 서울 소재 식음료(F&B) 기업 A사는 70대 대표의 은퇴를 앞두고 가족승계와 제3자 승계를 섞은 해법을 택했다. 자녀들이 서울 본점 운영만 희망하자 본점을 제외한 브랜드와 제조공장을 외부에 분할 매각했다. 공장 운영인력 승계와 복잡한 거래구조를 조율한 끝에 매각을 마무리하면서 창업자의 은퇴와 자녀 세대의 경영승계를 동시에 풀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제3자 승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족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어렵다면 기업 자체를 제3자에게 넘겨 사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팔고 싶은 기업’과 ‘살 기업’을 연결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기업승계 지원정책이 상속·증여를 통한 친족승계에 치우치면서 제3자 승계를 뒷받침할 거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술보증기금(기보)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기업승계 M&A 관련 포럼과 컨설팅 지원사업에는 2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실제 컨설팅을 진행 중인 기업은 100여 개다. 컨설팅 신청 사유는 대부분 대표자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다.
실제 2000년부터 25년간 운영된 폐기물처리업종의 B기업은 자녀 승계가 어려워지면서 동종 업종 중소기업에 매각됐다. 2002년 설립된 한 폐배터리재활용 기업도 사업확장을 추진하는 같은 분야 중소기업에 팔렸다.
친족승계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M&A 문을 두드리지만 이같은 성공 사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중소기업 M&A 전문 자문사 모멘스투자자문에 따르면 은퇴를 고려하는 경영자 중 업력이 긴 제조기업 대표가 많다. 이들 기업은 공장·설비 등 자산 규모가 커 이를 함께 인수할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수십년간 회사를 일군 매도자와 인수자가 바라보는 기업가치의 차이도 거래의 걸림돌이다. 오랜 거래처와 직원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사주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규모가 작은 제조기업은 매각 의사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고 실사 비용 부담도 커 적합한 인수자를 찾는 것부터 애를 먹는다.
특히 규모가 작은 제조기업은 매각 의사를 외부에 공개하기도 어렵다. 제3자 매각은 그동안 친족승계와 달리 세제 혜택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매물 정보 부족과 인수자 탐색 비용까지 겹쳐 승계 의사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한국가업승계협회 회장 김봉수 박사는 “M&A의 경우 정보 비대칭과 적정가를 둘러싼 협의 난항, 헐값 매각 가능성 때문에 매칭이 쉽진 않다. ‘후계자가 없으니 M&A로 가겠다’는 생각은 아직은 꿈같은 얘기”라며 “다만 기업 청산도 직원 퇴직금과 공장 철거, 설비 처분, 각종 행정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만만치 않아 기업인들의 고민이 적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2023년 기준 임직원 승계 비중이 35.5%로 친족 승계 33.1%를 앞질렀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 8월 세제개편안에 제3자 매각 시 매도자의 양도소득세 20% 감면과 매수자에 대한 5년간 소득세·법인세 10% 감면을 담았다. 국회에도 기업승계 지원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동안 친족승계에 집중됐던 지원 범위를 제3자 승계로 넓히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셈이다. 다만 매물 발굴과 인수자 매칭, 자금 조달 등 실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해소하기에는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