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일방 책임 구조 바꾸고 대안 다양해야”
수도권에서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두 남매를 키우는 김세민 씨(가명)의 말이다. 4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 중인 김 씨는 자영업을 시작한 뒤 주말까지 일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외부 활동을 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그는 “직장에 다닐 때만 해도 주말마다 아이들과 여기저기 다녔는데 지금은 월요일 하루 쉬는 구조라 쉽지 않다”며 “둘째 아이가 식당 그만두고 주말에 놀러 가면 안 되냐고 말할 때면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큰아이가 저학년이었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현장체험학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더 줄어든 느낌”이라며 “학교를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부모를 둔 탓에 아이들이 더 집 안에 머물게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일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사들의 고충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체험학습과 운동회 축소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교 차원의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들 경우 교실 밖 경험이 가정의 몫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모의 경제 사정에 따라 해외를 갈 수도 있고 집 앞 놀이터에 갈 수도 있다”며 “여유가 없는 가정은 체험 기회를 한 번도 갖지 못하고 졸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체험학습 감소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박탈하는 것이란 시선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는 교사들의 부담을 이해한다면서도 “아이만 놓고 보면 현장체험학습을 하지 않는 것은 학습권을 빼앗는 일이다. 수학여행이나 캠프처럼 교실 밖에서 얻는 교육적 경험이 분명히 있는데 그런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체험학습이 학부모나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6 현장체험학습 길라잡이’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은 학교별 기본 운영계획 수립과 교육공동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추진된다. 특히 비용이 발생하는 체험학습의 경우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학부모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체험학습을 아예 없앨 땐 학부모나 학생 의견과 연계해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학부모는 “협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학교 방침을 안내받는 데 가까웠다”며 “학교에서 그렇게 한다고 하면 그대로 결정되는 구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있더라도 학교가 조율해 나가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문제가 제기되면 활동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체험학습이 단순한 부가 활동이 아니라 공교육의 핵심 교육과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방적으로 활동을 줄이기보다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영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생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 속에서 의미를 구성하는 존재”라며 “교과 지식은 실제 생활 경험과 연결될 때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체험학습은 부수적 활동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사교육이 융성하는 시대에 단순 지식 전달 수업만으로는 공교육의 고유성을 확인할 수 없다”며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공교육만의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현장체험학습 축소의 배경으로 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책임 구조를 지목했다. 지금처럼 사고 책임이 인솔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교사들의 체험학습 기피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체험학습 매뉴얼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관련 업무도 지나치게 많아 교사들이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개선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핵심 책임 주체는 학교장과 학교안전공제회로 나뉜다”며 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주체들이 역할을 맡는 방향으로 구조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안전하게 현장체험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도 마련돼야 한다”며 “체험학습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주체가 돼 설계하고 이에 대한 안전 지원은 교육청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