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도 전문투자자 책임 적용⋯손해배상 책임 50% 제한
8년 소송 끝 제한적 회수⋯해외 구조화금융 내부통제 경고등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 사태로 발생한 투자 손실 상당 부분을 떠안게 됐다. 국내 금융사 간 소송이 제기된 지 8년 만의 결론이다. 증권사의 불법행위가 일부 인정됐지만, 은행권도 자체 심사 책임을 지게 되면서 손실 전액 회복에는 실패했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LS증권(옛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이 제기한 CERCG 관련 ABCP 투자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두 은행이 현대차투자증권과 LS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이 사실상 8년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CERCG의 ABCP 부도 사태는 2018년 금융투자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CERCG의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은 그해 5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모 채권을 발행했고 한화투자증권과 LS증권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약 1645억원 규모의 ABCP(금정제12차)를 발행·판매했다.
해당 상품은 부산은행(200억원)과 하나은행(35억원)을 비롯해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등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대거 사들였고 신탁상품 등으로 다른 기관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다.
하지만 CERCG의 보증을 받은 자회사가 발행한 3억5000만달러 규모 채권이 만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국내기관이 투자한 ABCP도 곧바로 크로스디폴트(동반 부도)가 났고 국내 금융사 간 소송으로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CERCG의 ABCP 부도에 대한 법적 책임은 한화투자증권과 LS증권에 있다”며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1심은 2021년 10월 두 은행의 청구를 기각하며 한화투자증권과 LS증권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증권사들이 상품의 구조적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신용평가와 투자 판단에 제대로 반영하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증권사들이 ‘SAFE’ 등록이 완료되지 않으면 중국 내 자산을 통한 보증채무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핵심 위험을 알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상품을 발행·유통한 행위는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이며 원고 손해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하나·부산은행이 금융투자상품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로서 여러 방법으로 실사·조사가 부족하단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증권사의 정보에만 의존한 점, 국내에서 생소한 금융투자상품이라 주의가 필요한 점 등을 언급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회수 가능 금액은 하나은행 약 17억원, 부산은행 약 100억원 수준이다.
대법원도 증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한 2심 판단을 받아들였으나 손해 발생 시점에 따른 지연손해금 산정 부분은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두 은행에 대한 일부 추가 배상 가능성은 남겨뒀지만, 전체 투자 손실 규모를 고려하면 제한적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막대한 시간 투자 비용에 소송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회수 규모는 매우 작은 것”이라며 “복잡한 해외 구조화상품 투자 실패 시 법적 대응만으로 손실을 온전히 만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전 실사와 내부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질 듯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