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건 중 84.2% 승소 성과
무차별적 소송엔 지원으로도 부족
늘어나는 특허 소송에 제도 개선 요구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특허 공세에 내몰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제도를 향해 ‘사후약방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쟁 발생 후 뒷수습에 치중된 현행 구조로는 막대한 소송 비용과 시장 진입 차단이라는 근본적 위협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허의 덫’에 걸려 후발 주자의 싹이 잘려 나가는 사이, 정부 지원의 실효성은 현장에서 싸늘하게 외면받고 있다.
25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램리서치는 2020년 이후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다. 8개 기업을 상대로 총 12건의 소송이 제기됐으며, 동일하거나 유사한 특허를 근거로 복수의 중소·중견기업을 상대로 연속 소송이 이뤄진 사례도 확인된다.
이 같은 분쟁 구조 속에서 지재처는 '특허분쟁 대응전략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 특허 분쟁에 노출된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대응을 돕고 있다. 특허 침해 분석을 바탕으로 분쟁 특허 무효화·회피 설계, 경고장 발송과 소송 대응 전략, 라이선스 협상 전략 등 분쟁 단계별 맞춤형 대응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은 물론, 국내 기업의 특허 권리 행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컨설팅 비용은 소송 대응의 경우 연간 최대 2억 원 한도로 지원된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램리서치 분쟁과 관련해서도 제소된 국내 기업 가운데 5개 기업이 해당 지원을 받았다. 특허 침해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한 뒤 해외대리인을 통해 침해 행위 중단과 라이선스 체결 의사를 포함한 경고장을 발송하거나, 분쟁 특허 침해 또는 무효화 가능성 분석을 바탕으로 소송 방어 전략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지재처는 이러한 전략 지원이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2024년 경고장·소송 등 해외 특허 분쟁 대응전략 지원 사건 133건 가운데 84.2%가 승소 등 유리한 조건으로 종결됐다. 연도별로는 매년 300건 안팎의 분쟁 대응이 이뤄졌으며, 지원 대상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돼 왔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분쟁 대응 전략 지원에 활용되는 사업 예산이 한정돼 있어, 기업들 사이에서는 실제 신청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쟁이 발생한 이후 정책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소송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설령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손실을 회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보다 강력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허침해 소송으로 피해를 입은 한 기업 관계자는 “악의를 갖고 반복적으로 무차별적인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일부 기업들이 있다”며 “특허무효심판에서 해당 특허가 무효로 판단될 경우, 일정 수준의 제재나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쟁 대응 지원과 함께 특허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허 분쟁 과정에서 특허가 무효로 판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은, 심사 단계에서 부실 특허가 충분히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심사 인력과 기간 확대, 기술 분야별 전문성 강화, 선행기술 검색 시스템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서 특허 사건을 다수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이덕진 법무법인 중앙앤남부 변호사는 “지원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모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