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소음 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에 치우쳐 생활환경과 도시 소음관리 체계를 약화시키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본재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소음 기준 완화가 주택 공급 확대에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주거지 실외 환경 악화와 도시 단위 소음 총량 관리 실패 등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실외 소음 기준을 완화하면 인허가 지연을 줄이고 건축비 부담을 낮출 수 있어 공급 확대 효과는 분명하다”면서도 “도시 단위 소음 총량을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주민 불만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진용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도 “외부 소음은 시간대·계절·교통량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는데, 이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면 주거지 주변 쾌적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실내 기준만 남게 되면 건물의 차음 성능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단지 외곽이나 인접 지역의 소음 관리는 사실상 비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창문 개방이 어려워지고 환기·발코니 이용 등 기본적인 주거 활동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실외 소음 기준을 완화하는 건 도시환경 전반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외 생활환경이 관리 사각지대가 되면서 체감 소음 피해가 누적될 수 있어서다. 또 교통·산업 소음을 관리하는 도시 소음총량제의 기초 데이터가 실외 소음 측정값인 만큼, 이를 배제하면 환경소음 데이터가 왜곡돼 지자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계층 간 불평등 심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내 중심 평가 방식은 건물의 차음 성능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신축 고가 아파트는 적합 판정을 쉽게 받는 반면, 노후주택과 저소득층 지역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 평균소음이 55데시벨(dB)을 넘으면 심혈관 질환, 수면장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내 소음만 평가하면 외부 소음이 주는 건강 영향이 공식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공중보건적 위험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기준을 조정하더라도 방음시설·도로 포장 개선 등 저감 기술을 병행해야 한다”며 “보완책이 마련돼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소음 기준 완화는 창호기술 발전과 환기 성능 강화로 생활 방식이 많이 변경됐다는 점을 고려해 환경영향평가 시 실내 소음 기준을 적용해 주택사업계획승인을 심사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차원”이라며 “이를 통해 동별 배치, 구조물의 형태 등 효율적인 방식이 적용이 가능해져 세대수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