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10년간 매출 뻥튀기’, 상장폐지 문턱 섰다

2014년부터 이어진 회계부정…내부통제 부재, 오너 3세 체제 시험대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중견 제약사 일양약품이 10년에 걸친 회계부정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014년부터 해외 합자법인을 허위로 연결 편입해 재무제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5일 제19차 회의를 열고 일양약품에 대해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로 과징금 62억3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 2인 및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6개월 직무정지 및 3년간 감사인 지정 등 중징계를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해 내년 3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 상장 유지 여부 등에 대해 심사를 받게 된다.

회계조작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양약품은 중국 합자법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와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통화일양은 1996년, 양주일양은 1998년 설립돼 각각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을 생산한다.

일양약품은 두 법인에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왔으나, 감사인은 이사회 결정 구조상 일양약품이 단독 지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럼에도 회사는 허위 서류를 제출하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 합자사 실적을 10년간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며 매출을 부풀린 점이다. 통화일양의 경우 일양약품이 지분 45.9%, 오너일가가 19.4%를 보유하고 중국 통화시가 34%를 보유 중이다. 양주일양의 지분은 일양약품이 52%, 중국 고우시가 48%를 갖고 있다.

일양약품 이사회에서는 정도언 회장이 양쪽 법인의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정유석 사장과 김동연 부회장도 동사로 등재돼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런 구조를 근거로 회사는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외부감사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양측 갈등은 수익배분 문제로 번졌다. 통화일양이 일양약품 지분만큼 수익을 배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는 지난해 법인 청산을 결정, 통화시를 상대로 합자계약 해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통화일양 실적은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됐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결국 일양약품은 올해 초 2022·2023년 사업보고서를 정정하며 두 법인을 종속기업이 아닌 공동지배기업으로 재분류했다. 이로 인해 매출이 대폭 줄었다.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3713억 원에서 2425억 원으로, 2022년 3838억 원에서 2478억 원으로, 2023년에는 3705억 원에서 2667억 원으로 연간 기준 1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부풀려진 매출 규모는 총 1조149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 역시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이 결과 올해 9월 10일부터 일양약품은 거래 정지 상태다.

일양약품의 올해 반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1247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 당기순이익 44억 원이다. 개별기준으로는 매출 1210억 원, 영업이익 33억 원, 순이익 26억 원이다. 겉보기엔 안정적이지만 “회계조작으로 인한 신뢰 상실로 숫자 자체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재다. 외부감사인과 내부감사위원회가 존재했음에도 10년간 오류가 방치됐다. 특히 경영 승계를 막 시작한 오너 3세 체제에도 부담이 크다. 공동대표였던 김동연 부회장이 사임하고, 정도언 회장의 장남 정유석 대표 단독경영 체제로 전환했지만 신뢰 위기 속에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양약품은 거래소의 상장유지 심사에서 ‘유보자금으로 차입금 상환’을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으로 내세웠으나 현실적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가 일양약품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반기 기준 가용 유보자금은 165억 원에 불과하지만 단기 차입금 규모는 934억 원에 달한다. 유보금이 1년 내 갚아야 할 빚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회사채 발행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양약품은 홈페이지를 통해 “심려 끼쳐드리는 일을 전하게 돼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내부 관리체계를 한층 더 보완하고, 개선 조치를 충실히 이행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 회사의 투명경영을 확립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약속드리며 주주가치 제고 및 보호 등을 위한 계획도 성실하고 적합하게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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