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비용 분담해 개발 성공 가능성·시장 진출 속도 높인다

일동제약그룹이 ‘공동 개발’ 전략을 통해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 연구, 낮은 성공률로 특징 지어지는 신약개발의 구조적 한계 극복과 성과 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와 비용을 파트너사와 분담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그룹의 항암신약 개발 계열사 아이디언스는 동아쏘시오그룹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 앱티스와 협약을 맺고 차세대 이중 페이로드 ADC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중 페이로드 ADC는 하나의 항체에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페이로드(약물)를 결합해 암세포를 억제·사멸시키는 약물이다.
양사는 후보물질의 도출과 전임상 연구를 위한 실증작업에 착수하고 향후 확보되는 연구 데이터와 결과물을 토대로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한 항암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아이디언스가 보유한 차세대 퍼프 저해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과 앱티스의 위치 선택적 접합 기술 ‘앱클릭(AbClick)’ 등을 활용해 치료 효능과 안전성을 극대화한 ADC 개발이 목표다. 이번 협력은 상호 보완적 기술 시너지를 통한 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동제약그룹의 공동개발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대원제약과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P-CAB은 기존 양성자펌프억제제(PPI) 대비 위산 억제 발현 속도가 빠르고 지속 시간이 길어 차세대 위식도역류 치료제로 주목받는다.
대원제약은 유노비아가 도출한 후보물질 ‘DW4421’에 대한 후속 임상을 진행해왔으며, 올해 5월 임상 3상 진입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신청했다. 올해 2월 종료된 임상 2상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고, 유효성 평가 기준인 ‘점막 결손이 완전 치유된 대상자 비율’과 ‘자각증상 개선도’ 항목에서 대조군보다 높은 치료율을 보였다.
해외 기업과의 공동개발도 추진해 왔다. 일동제약그룹은 2021년부터 일본 시오노기(Shionogi)제약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성분명 엔시트렐비르) 공동개발을 추진해 왔다.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점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신속히 후보물질 개발과 임상을 추진한 사례다. 다만 조코바는 일본과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품목허가를 획득하지 못했다.
일동제약그룹의 공동개발 전략은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신약개발 시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파트너사와 역할을 분담하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각사의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임상과 시장 진출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전통 제약사들은 공동개발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기술과 자본, 네트워크를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중견 제약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확대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구개발 부문의 사업구조 효율화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간 적자를 무릅쓰며 연구 역량을 강화한 덕분에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신약개발 중심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