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색 먼지가 날리던 시멘트 사일로 부지가 서울 동북권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철도 물류시설과 시멘트 저장시설이 자리했던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일대의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주거·업무·상업 기능이 결합된 미래형 도시로 변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12일 찾은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일대는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광운대역을 나오자 지나가는 지하철 뒤로 광운대역세권 미래복합도시 개발 사업인 ‘서울원 아이파크’ 공사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부 구조 공사가 한창인 건물 외벽에는 시행ㆍ시공사인 IPARK현대산업개발의 ‘IPARK’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고 층별로 설치된 안전망과 가설 구조물이 공사 진행 속도를 실감하게 했다.
현장 주변으로는 레미콘 차량과 펌프카,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과거 시멘트 사일로가 자리했던 자리에는 타워크레인이 솟아 있었고 공사장 입구에는 ‘SEOUL ONE’ 문구가 적힌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오래된 중층 아파트와 저층 상가 사이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은 과거 산업시설 이미지가 강했던 광운대역 일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광운대역세권 미래복합도시 개발 사업의 핵심은 IPARK현대산업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원 프로젝트’다. 노원구 월계동 85-7 일대 약 15만6581㎡ 규모 부지에 조성되는 대형 복합개발 사업으로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제3종 일반주거지역 등을 아우른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28년 하반기다.
사업은 공공·상업업무·복합 용지로 나눠 개발된다. 공공용지에는 실내체육관과 라이프스타일 도서관, 청년창업지원시설, 주민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상업업무용지에는 호텔과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을 배치해 자족 기능을 강화한다. 복합용지에는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이 함께 조성된다.
서울원 프로젝트는 단순 주거 공급을 넘어 광운대역 일대에 자족 기능을 갖춘 새로운 생활권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시와 노원구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을 통해 과거 철도 물류 중심지였던 월계동 일대를 서울 동북권 핵심 생활·산업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노원구 안팎에서는 이번 개발을 계기로 지역 체질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노원·도봉권은 대규모 주거단지가 밀집했음에도 업무·산업 기능이 부족해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서울 도심이나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인구 비중이 높고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와 대형 업무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광운대역세권 개발과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 개발, 서울 디지털바이오시티(S-DBC) 조성 등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추진과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서울아레나·복합환승센터 개발 등이 맞물리며 주거 중심 도시를 넘어 산업·업무·문화 기능을 갖춘 자족형 도시로 전환 가능성을 키우는 상황이다.
인근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노원구에 약 8년째 거주 중인 주민 A 씨는 “예전에는 문화시설이나 즐길 공간이 부족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대형마트와 대단지 아파트 등이 들어서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광운대역 개발이 진행되면 상권과 생활 인프라도 더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B 씨는 “광운대역 주변은 오래된 주택이 많고 상권도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업무시설과 체육관, 도서관 등이 들어오면 훨씬 활기 있는 동네로 바뀔 것 같다”며 “젊은 층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원 아이파크 분양권 가격도 상승세다. 서울원 아이파크는 2024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13억6300만~14억1400만원에 공급됐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올해 3월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이보다 3억원 이상 오른 약 17억7385만원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광운대역 개발이 향후 동북권 시세를 이끄는 핵심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특히 GTX-C와 재건축, 정비사업 등이 함께 진행되면서 일대 가치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서울원 아이파크 바로 옆 단지인 월계시영고층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도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기존 5~14층, 3930가구 규모 단지를 최고 50층(170m), 6103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편하는 계획이다. 서울원 아이파크 개발과 맞물릴 경우 일대는 약 1만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주거벨트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광운대역 인근 공인중개사 C 씨는 “GTX-C와 광운대역 개발이 본격화되면 유동 인구와 상권이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활발해질 것”이라며 “월계시영 재건축과 주변 정비사업까지 이어지면 동네 이미지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계동 일대는 노후 빌라와 고령층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이 많아 개발 기대감이 재건축 추진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서울원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지역 전체가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기대감을 드러낸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광운대역 일대 개발은 단순 주택 공급이 아니라 업무·상업·문화 기능이 함께 들어서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울 동북권은 오랫동안 주거 기능 중심의 베드타운 구조가 고착화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광운대역세권 개발과 S-DBC, 서울아레나 조성 등이 함께 추진되며 복합개발 중심의 자족형 도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개발 성공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끌어오느냐에 달려 있다”며 “앵커 기업과 업무 기능이 자리 잡아 외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어나 지역 체질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