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레이스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내부에서 나올지, 아니면 이번에도 외부인사가 차지할지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난 초유의 사태를 겪은 탓에 여론의 관심이 1차적으로 후보군의 출신 배경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예비 후보 명단이 공개되고 내·외부 인사들의 격돌로 구도가 짜여지면서, 신뢰를 상실한 KB금융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2차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추위가 발표한 숏리스트는 당초 9명이었다. 그러나 이철휘 서울신문 회장은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즉각 사퇴의사를 밝혔고 유력 후보였던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도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이제 대권 레이스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등 7명으로 압축됐다. 이들에게 KB금융의 고질적인 병폐인 출신은행 간 파벌싸움과 KB금융 신뢰회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하영구 씨티은행장 “기본 회귀…투명열린경영 할 터”
당초 숏리스트에 미공개로 명단에 포함됐다. 베일에 싸인 인물이 하 행장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그가 은밀하게 KB금융 회장직에 도전하려 한다는 오해가 쌓였다.
그러나 그의 본뜻은 달랐다. 먼저 주주들과 직원들에게 출마 의사를 전달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회추위에 실명공개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경쟁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인 만큼 KB회장 후보에 대한 출사표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하 행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KB에 대해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다만 “내가 회장이 된다면 원칙과 합리성을 가지고 투명·열린경영을 하겠다”며 “기본으로 돌아간다면(back to the basic) 고객들에 대한 신뢰회복도 충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인재 발탁직원 의식개혁 노력”
오랫동안 지주사 임원으로 몸담으면서 전 업권을 진두지휘했던 그의 경험이 이같은 추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조직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이냐는 질문에 “회장 자리 욕심보다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모든 기록카드와 근거를 없애야 파벌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은행 인사담당 임원을 하면서 통합을 주도했고 굿모닝신한증권 CEO 당시 신한·쌍용을 합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당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부단히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회장이 된다면 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하고 CEO와 직원이 동일한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의 신뢰회복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 부회장은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하나 하나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갈등구조 해소, (문화)직원 주인정신을 갖기 위한 의식 개혁, (수익)글로벌 권세 확장과 같은 사업을 동시 다발적으로 밀어붙여 리딩뱅크를 조기에 탈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지배구조 안정기업문화 쇄신”
그러나 양 회장의 각오는 여느 후보 못지 않게 야무지다.
양 회장은 “갈등과 신뢰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효율적이고 안정된 거버넌스(지배구조)와 건강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의 이사회 멤버로 일하면서 이 두가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기 때문에 KB의 조기 정상화에 자신이 적임자란 설명이다.
그는 “‘정직과 성실’, ‘고객을 위한 최선의 정성’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문화의 힘은 대단하다”며 “거버넌스와 기업문화는 갈등해소, 신뢰구축을 넘어서 기업의 지속 성장의 기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금융경험 살려 주주가치 회복”
KB금융 회장 재임시절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1년 만에 중도 하차하긴 했지만 소송을 통해 승소하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인터뷰에 대해 굉장히 말을 아꼈다. 소송 이력이 금융당국에게 ‘반골 성향’으로 비쳐질 수 있고, ‘와신상담’ 자체가 강점이면서도 약점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파생상품 부문에서 거액의 손실을 남긴 것이 ‘뱅커’이미지에 타격을 줄수 있단 주변의 충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는 조직갈등 해결이나 신뢰회복 방안을 앞으로의 각오로 대체했다. 황 전 회장은 “KB금융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금융계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쏟아부어 KB자존심과 주주가치를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소비자에 도움되는 서비스 제공”
KB금융 내부사정에 밝은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또한 조흥은행 부행장, LG카드 부사장, KB금융 부사장, 카드사 설립기획단 부단장, 카드 부사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금융업게 대한 전문성 또한 뛰어나다.
그 역시 KB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조직갈등 해결책에 대해 논하는 것에는 말을 아꼈다. 지 전 부사장은 “아직 평판조회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조직갈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회장으로 선출되고 나면 그때 회추위원들에게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뢰 회복에 대해서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 전 부사장은 “금융회사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금융서비스를 공급자 관점에서 수요자 관점으로 바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들의 신뢰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직원사기 저하…다양한 방안 모색”
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 부행장과 KB금융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등을 역임하면서 탁월한 ‘재무통’으로 정평이 나있다.
내부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점이 윤 전 부사장의 최대 강점이다. 어윤대 회장 시절 은행장 선출을 위해 실시한 직원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 역시 아직 회추위가 진행 중이란 점에서 인터뷰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윤 전 부사장은 “회추위에서 최종 대상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에 불과한 제가 KB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다만 회장으로 선출된다면 다양한 신뢰회복 방안을 진행할 것이란 의사는 강하게 전달했다. 윤 전 부사장은 “KB사태로 고객 신뢰가 손실되고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된 부분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통 KB 출신 김기홍 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
그는 보험학자에서 금감원 고위직, 다시 금융인으로 발돋움할 만큼 오랜 금융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1999년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에 의해 금감원 부원장보에 발탁, 보험업계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당시 고(故) 김정태 행장과 연을 맺어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KB에 몸담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을 맡아 그룹 지배구조 기틀을 다졌고 수석부행장 시절 업무를 총괄했으며 국민은행 조직 문화도 잘 알고 있어 KB갈등 해결의 적입자로 꼽히고 있다.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김 전 부행장은 내부 출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그는 7명의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뷰를 거절했다.
사퇴 김옥찬 前 국민은행부행장 “연륜ㆍ경력 갖춘 분이올라야”
가장 유력한 내부 후보였던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인터뷰 당일 회추위에 사퇴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행원에서 행장직무대행까지 30년간 국민은행에 몸담았다. 온화한 성품에 뼛속까지 ‘KB맨’이란 별명을 갖고 있어 조직 화합과 갈등 해소의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김 전 부행장이 후보직에서 물러난 이유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모 금융기업의 사장으로 내정돼 사퇴를 결심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그는 본지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나는 회장 자격 없다”며 “KB회장에는 연륜과 경력을 갖춘 더 훌륭한 분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