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을 줄 몰랐다.”
시상대에 오른 한 남자가 애써 눈물 참으며 수상소감을 말했다. 지난 10일 넥센 히어로즈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마무리 손승락(31)이 생애 첫 골든글러브 영광을 안았다. 마무리 투수로는 1994년 정명원(전 태평양) 이후 19년 만이다. 대부분이 선발투수에게 돌아가는 상이기 때문에 뜻밖의 수상에 놀란 것은 당사자였다.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로 보자면 충분히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3승 2패, 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올렸다. 그는 넥센이 창단 5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일등공신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에도 여전한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골든글러브의 야박한 인심의 수혜자가 됐고, 그 영광에 흠집이 갔다.
19년 만에 마무리투수가 수상할 정도로 투수 부문에서는 선발투수가 상을 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 시즌에서는 최다이닝 및 최다탈삼진을 기록한 리즈(LG)와 다승 공동 1위 및 평균자책점 3위 세든(SK), 평균자책점 1위 찰리(NC) 등 활약을 보인 외국인 선발투수 후보가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고배를 마셨다. 승패에서의 비중과 활약 면에서 뒤질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사실 외국인 선수가 시상대에서 외면받아 논란을 일으킨 것은 고질적인 한국야구의 문제였다. 지난해에도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삼성 선발 투수 장원삼이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그러나 16승을 기록했던 나이트(넥센)는 평균자책점 1위, 최다이닝 1위, 승률 2위 등으로 장원삼을 압도했지만,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245명이나 되는 외국인 선수가 활약했다. 그러나 그동안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단 10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 팀에 2~3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한 많은 외국인 선수가 승리의 중심에 있었지만, 시상대에서는 변방으로 밀려나는 설움을 받아왔다.
일부에선 그 원인으로 잠깐 거쳐 가는 용병임을 들었다. 때문에 국내 선수에게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는 골든글러브의 권위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발언이다. 새삼 ‘프로’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프로는 냉정해야 한다. 1년 단기계약 선수라도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면 국내 야구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KBO의 골든글러브 쇄국정책은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뛰어난 활약으로 상을 받지 못한 외국인 선수, 그를 지지했던 팬들, 상을 받고서도 석연찮은 수상 선수, 공정한 관점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던 투표자 등등 야구를 사랑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불편한 감정을 떠안았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고서는 시즌을 원활히 운영하는 것이 힘들만큼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중요해졌다. 프로리그 다운 공정하고 냉정한 시상이 있어야만 골든글러브의 진정한 권위가 살아난다. 공정하고 권위있는 프로시상식이 나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