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월가, 황금의 제국은 영원하다? - 김나은 국제경제부 기자

입력 2013-09-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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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단추 증후군이라고 있다. 우아한 방에서 미사일 단추를 누르는 군인은 그 미사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쳐도 자기는 단추만 눌렀을 뿐이라고 한다. 당신도 그랬을 것이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대사다. 대기업을 무대로 벌이는 ‘머니게임’에서 주인공들의 탐욕과 타락을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을 연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도 어느덧 5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한마디로 리먼 사태는 도덕적으로 해이해진 월가 거물들의 ‘미사일 단추 증후군’과 탐욕이 낳은 끔찍한 참사였다.

이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이 누르는 단추의 파괴력을 알았더라면 그 단추를 누르지 않을 수 있었을까.

단추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지수는 리먼 파산 이후 2009년 3월까지 57% 급락했으며 이듬해 10월 미국의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전 세계 수많은 가장은 직장에서 내몰렸으며 청년들은 내일에 대한 꿈을 잃게 됐다. 월가의 잘못된 선택은 전 세계의 산업과 금융시장을 한순간에 공황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후 시간은 5년이나 흘렀지만 그 고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문제는 이 고통이 ‘단추를 누른’ 자들의 몫이 아닌 밑바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면서 경제의 주축을 담당했던 전 세계 수많은 서민들의 몫이 됐다는 점이다.

당시 금융위기의 ‘주범’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산다. 이들 중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다. 오히려 두둑하게 챙긴 퇴직금으로 안락한 노후를 즐기고 있거나 금융계에 버젓이 복귀해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도 있다.

이들의 ‘황금의 제국’은 몰락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화려한 인생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장태주는 말한다. 돈을 벌려면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땀을 훔쳐야 한다고. 그의 말이 새삼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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