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스라엘 모델의 한국화- 서지희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5-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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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벤처’.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청년 기업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기업에 편중돼 있는 일자리 및 산업구조에서 나아가 새로운 시장 영역을 구축하자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이스라엘이 떠올랐다.

최근 개최되는 각종 포럼과 세미나에서는 ‘이스라엘을 배우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창업과 벤처기업 육성의 표본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스라엘을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삼자는 것.

문제는 ‘이스라엘식’ 창업·벤처 지원 정책을 ‘한국식’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각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적인 학습’ 분위기가 만들어지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데에서 잘못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생기고 있다.

일례로 이스라엘 창업 정신을 표현하며 ‘당돌한’, ‘뻔뻔스러운’으로 통용되고 있는 ‘후츠파 정신’도 오역되고 있는 부분이다. ‘후츠파’는 사실 이스라엘 현지인 사이에선 ‘싸가지 없다’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이스라엘의 국민성을 내포하는 단어를 찾다 보니 의도치 않게 부정적 단어를 미화시킨 모양새가 된 셈이다. 한 창업투자사 관계자는 “‘이스라엘 배우기’가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스라엘의 창업·벤처문화를 교과서 삼아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로 인식되고 있는 현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이스라엘은 ‘창업’, ‘벤처’ 환경을 조성하는 교육, 문화, 경제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곧 이스라엘식 창업·벤처 문화를 국내 상황에 맞게 ‘한국식’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벤처 버블 이후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내 도전장을 준비하고 있다. 10여년 전의 뼈 아픈 경험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맹목적인 배우기를 넘어 우리의 환경에 맞는 창업·벤처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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