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점검】글로벌 경기상황·트렉레코드 없어 투자 부담
올초 출범 예정 운용사들 출시시기 놓고 고민
축배를 너무 일찍 터트린 탓일까. 금융투자업계 빅뱅을 안겨달 줄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 초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주차 새내기 시장인 만큼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지만 정부규제나 개인 및 기관들의 냉담한 태도를 감안하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올 초 출범을 계획했던 일부 운용사들은 출시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6일 증권업계 따르면 지난달 23일 총 1500억원의 규모로 출범한 12개의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5일 기준 2000억 중반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주만에 초기 설정액의 3분의 1을 끌어모은 점은 고무적이지만 당초 기대치였던 5000억원은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삼성생명이 최초로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에 3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하면서 기관들의 ‘도미노’가입이 기대됐었지만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 '큰 손' 들에게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A운용사 관계자는 “헤지펀드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나 5억원이란 높은 최저한도 때문에 쉽사리 투자를 결정하는 고객이 없다”며 “올해 글로벌 경기상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뚜렷한 트렉레코드(운용실적)도 없어 기관도 가입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판매사들이 전산시스템 구축, 연말 결산 등의 이유로 헤지펀드 리테일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도 ‘한국형 헤지펀드’ 흥행실패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B증권사 강남지역 PB는“일단 고객들에게 '헤지펀드'란 무엇인가를 알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헤지펀드 설명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경기 상황도 안좋은데다 개인의 경우 5억원 이상 등 가입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영업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올 초 출범을 계획했던 KB자산운용(이달 중순)을 제외한 나머지 운용사들은 출시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장 호응도 낮은데다 시드머니(운용 종잣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C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규제, 글로벌 시장상황 등 모든 악조건이 맞물렸다”며 “‘중위험·중수익’ 운용전략을 바탕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변동장세 속에서 정해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 준다면 자금유입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