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폰 중국 특화로 아이폰 누를 수 있어
중국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보가 애플은 중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잃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레노보는 중국 PC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올해 3월31일 마감된 2009 회계연도 4분기에 13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지난 회계연도의 2억6400만달러 적자에서 탈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노보의 리우촨지 설립자 겸 회장은 “레노보의 러폰은 중국 소비자에 맞게 개량됐다”면서 “아이폰의 어플 수가 10만개를 넘는 데 비해 러폰은 1000개에 불과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러폰의 편리한 사용성에 더 만족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우 회장은 “중국의 내수확대로 글로벌 IT기업들이 개발 방향을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추는 방향으로 잡을 것”이라며 “중국이 결국 미국을 제치고 세계 IT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리우 회장은 “휴렛패커드 및 델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해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반해 애플은 이 논리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잡스 회장은 천재지만 나의 기준에는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레노보는 지난 4월19일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인 러폰(樂폰)을 공개하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소비자들도 애플 제품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지만 공식 유통망이 제한돼 있어 애플의 판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의 합법적인 통신공급업자는 중국 2대 통신업자인 차이나 유니콤이지만 판매는 부진한 상황이다. 이는 차이나 유니콤의 아이폰 판매가격이 해외구매 등 비공식적 유통채널에 비해 비싸기 때문.
애플은 리우회장의 발언에 직접적 언급을 피했지만 올해 상하이에 새 매장을 열고 내년말까지 중국 전역에 25개의 소매 아웃렛을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우 회장은 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중국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우리로선 다행”이라며 “만일 애플이 레노보가 한만큼 중국 고객에게 노력을 기울였다면 우리는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라 밝혔다.
리우촨지 회장의 발언은 레노보가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입은 타격으로부터 회복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레노보는 지난 2005년 IBM의 컴퓨터 사업부를 12억5000만달러(약 1조5338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