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까지 너무 긴 시간”…법원 업무 과부하에 모두가 한숨 [서초동MSG]

입력 2025-01-20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은 1년 내내 선고를 내리는데, 특히 겨울부터 2월 중순까지 선고가 몰려있다. 법원 휴정기인 연말과 2월 법관 인사이동 직전인 기간에 그간 묵혀뒀던 많은 사건이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평범한 사람뿐 아니라 정치인, 유명인의 선고도 줄을 잇는다. 계엄과 탄핵 정국 탓에 언론보도 비중이 작아졌지만 애초 요즘은 세간의 화제가 되거나 논란이 불거졌던 사건의 선고로 마무리 짓는 시기다.

추운 겨울을 구치소에서 보내게 된 구속 피고인들은 급히 합의금을 마련해 보석신청이나 구속 집행정지 신청을 서두르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 법원을 오가는 법무부 호송 버스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기대감을 갖고 법원으로 향하는 피고인들, 실형 선고로 절망감에 빠진 채 사복을 입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피고인의 모습이 더 상반돼 보이기도 한다.

법정에서 구속되는 경우에는 심적인 부담감과 압박감이 커 하나같이 넋이 나가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포승줄에 수갑을 찬 채 거의 끌려 들어가는 구속 의뢰인들은 선고부터 구치소 입구에 들어가서까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재판이라는 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이다. 민사 재판도 당사자 간 분쟁에 일단 결론지어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생의 전환점이다. 판결은 단순한 사건의 마무리가 아니라 당사자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법원의 역할이 막중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이투데이DB)

하지만 법원은 시기에 상관없이 업무 과부하에 시달려왔다. 법관 정원이 고정된 상황에서 재판 지연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사건 수는 매년 급증하는 데 비해 법관 정원은 10년 전 법 개정을 통해 정한 3214명에 묶여 있다.

선고‧재판 적체 해소를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그 중 가장 필요한 건 ‘법관 증원 확대’다. 실제 국내 법관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사건 수는 독일의 4.8배, 일본의 약 2.8배, 프랑스의 약 2.2배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재판 지연 문제는 피고인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 가족 등 연관된 여러 사람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헌법 제27조 제3항에서는 모든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이보라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의뢰인이 체감하기에 소송하기로 마음 먹기 시작한 시점부터 선고에 이르기까지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불안정성으로부터 해소될 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충분한 숙고가 반드시 ‘긴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의 심리적 불안정성은 공정하지 못한 결론이나 불만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법관 증원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