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첨단산업 전방위 위협
‘제조 강국’을 내세운 중국의 기술 추격은 저가 공세보다 위협적이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은 이미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프리미엄 가전,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기술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최근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가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를 시작으로 연내 중형 세단 ‘씰’, 중형 SUV ‘시라이언7’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비야디는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100% 수직 계열화를 구축,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BYD는 점유율 23.6%로, 2위인 테슬라(10.2%)와 격차를 2배 이상 벌렸다.
‘저비용 대량 생산’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중국 업체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비야디는 현재까지 194억 달러(약 27조 원)의 누적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했다. 비야디 관계자는 “전체 약 90만 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R&D 인력만 10만 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제2의 반도체’로 각광받던 배터리 산업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CATL은 중국 바깥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ㆍ삼성SDIㆍSK온 등 국내 3사 점유율은 20% 아래로 추락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은 이미 한국에 앞서 있고, 전기차나 자율주행 등에서도 기술 주도권을 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4년부터 17년간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디스플레이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잠식한 중국은 비교적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OLED 시장에서 한국은 49.9%, 중국은 49.0%를 각각 점유하며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프리미엄 TV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년 전 43%에서 30%(2024년 3분기)로 감소했다. LG전자는 점유율 2위(20%)에서 4위(16%)로 주저앉았다. 중국 하이센스는 점유율 14%에서 24%로 늘며 2위에 올랐고, TCL은 점유율 17%로 뒤를 이었다.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 AI에서도 중국의 ‘기술 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싱크탱크 연구소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작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AI에 대한 끊임없는 추진력과 전략적 투자로 미국을 따라잡거나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10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ㆍ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1339개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들 기업은 AI 가전과 로봇, 자율주행 전기차 등 최신 기술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