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 경호처 등 20개 기관 대상…'늑장 대응' 비판도
정부가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폐기 금지를 결정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폐기 금지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이날 관보에 고시하고 대상 기관에 통보했다.
이번 결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공수처는 계엄 일주일 뒤인 지난해 12월 10일 국가기록원에 비상계엄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기록물 폐기 금지를 요청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은 국가적 중대사안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다면 기록물 폐기 금지를 결정할 수 있다.
폐기 금지 대상 기관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대통령기록관, 국가정보원, 국방부, 행정안전부, 합동참모본부, 국군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육군본부‧공군본부‧해군본부 및 예하 부대, 수도방위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경찰청, 서울특별시경찰청‧경기도남부경찰청 및 예하 경찰서, 국회사무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20개 기관이다. 폐기 금지 대상 기록물은 이들 기관이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기록물이며, 폐기 금지 기간은 고시일로부터 5년이다. 폐기 금지 기간 대상 기록물은 기록물평가심의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진다.
다만, 기록물 폐기 금지 결정이 비상계엄 선포 후 43일, 공수처 요청 후 36일이 지나 이뤄졌단 점에서 ‘늑장 대응’이란 비판도 나온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날 논평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정치인 체포 명단 폐기 지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윤석열 대통령 전달 문건 파쇄, 육군본부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의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문건 폐기 등 새로운 기록 은폐 정황들이 추가로 드러났음에도 국가기록원은 어떠한 긴급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라도 대통령비서실, 국방부, 국군방첩사령부 등 20개 주요 기관의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대한 폐기금지가 결정된 것은 다행이나, 그사이 얼마나 많은 기록이 사라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철저한 관리실태 점검과 시정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해당 내용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기록원 측은 헌법기관에 대해선 기록물 폐기 금지를 결정하기 전 해당 기관장과 협의해야 하는데, 대상 기관에 국회사무처와 선관위가 포함돼 결정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