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들려온 사고 소식. 14일 시민들의 출근길은 안전재난문자로 시작한 하루였는데요. 빈번한 교통사고지만, 생각지도 못한 숫자가 눈을 뜨게 했죠. 도로를 마비시킨 100대 이상의 추돌사고. 그 원인은 바로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였습니다.
새벽에 내린 눈과 비로 도로 결빙이 우려되는 이날 아침. 속보와 알람이 연이어 울리며 그 걱정이 현실이 됐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와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 무려 3건의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했죠. 사고 차량의 수는 무려 105대였습니다.
이날 오전 5시 15분께 발생한 첫 사고는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트럭과 버스, 승용차 등 총 44중 연쇄 추돌 사고였는데요. 6중 추돌 4건, 3중 추돌 1건, 2중 추돌 6건, 단독 사고 5건이 한꺼번에 일어났죠. 경찰과 소방은 사고 수습을 위해 구산IC부터 이산포IC까지 도로 전체를 전면 통제하면서 사고 지점 후방 약 10㎞가량 차량 정체가 이어졌는데요.
약 35분 후 고양 덕양구 서울문산고속도로 문산방향 고양분기점 인근에서 43대의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했죠. 사고 수습을 위해 차량을 통제하면서 고양JCT 부근 전차로에 극심한 차량 정체가 이어졌는데요.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계속된 정체 상황 속 오전 6시 40분께 서울문산고속도로 고양휴게소 후방 흥도IC에서도 사고가 일어난 건데요. 차량 18대가 추돌하면서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고양과 파주뿐만이 아닙니다. 서울 노원구 마들로 의정부~서울방향 월계2지하차도에서도 18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로 인해 지하차도는 전면 통제됐고, 운행 차량은 지하차도 옆길로 우회 조처됐죠. 한동안 해당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겪었습니다.
또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국회대로에서는 1톤 트럭이 차량 2대를 들이받는 사고와 동작구 숭의여고 공군복지단 인근에서 차량 4중 추돌사고, 은평구 진관동 버스 추돌사고도 이어졌는데요.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모든 사고의 원인을 블랙아이스로 지목했습니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에 얇은 막처럼 형성되는 얼음을 뜻하는데요. 도로 위나 틈에 스며든 물이 얼면서 발생하죠. 기온이 영상일 당시 물이었던 것이 밤새 영하로 떨어지며 살얼음으로 변하는 건데요. 겨울철에는 눈이 녹으며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비와 눈이 섞여서 함께 내리는 진눈깨비가 내린다면 가능성이 더 커지는데요. 13일 저녁과 늦은 밤에 이처럼 눈과 비가 섞여 내리며 블랙아이스가 생겨났죠.
이처럼 도로 위에 생긴 얼음인 블랙아이스는 매연과 먼지가 함께 섞여 있어 투명하지 않고 그 색이 어두워서 식별이 어렵죠. 그렇기에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데요. 특히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겨울철 출퇴근 시간에 사고가 잦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블랙아이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누리집을 통해 대처법을 알리고 있는데요. 블랙아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교량 위와 터널 출입구, 산모퉁이 음지와 비탈면 구간을 지날 때는 대처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운전 시 헤드램프를 켰을 때 아스팔트가 평소보다 상당히 빛난다 싶으면 도로가 얼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블랙아이스로 인해 차량이 미끄러졌다면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야 하는데요. 당황해 핸들을 반대방향으로 돌리게 되면 차량 회전이 심화해 차가 크게 휘청이게 되죠. 이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운전 중에 블랙아이스를 발견하면 차량의 속도를 낮추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하고 웬만하면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안전한데요. 또 브레이크를 한 번에 세게 밟는 급브레이크도 절대 금지입니다. 속도를 줄이고 차량을 멈추기 위해선 여러 번 나눠 밟아야 하죠. 차를 멈출 때도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눈길에서는 제동거리가 길어서 앞차와의 거리도 평소보다 3배 이상 유지하고, 수동으로 2단 기어를 사용해 바퀴 마찰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권장합니다. 눈으로 차선이 잘 보이지 않으면 앞차 바퀴 자국을 따라서 달리고, 곡선 길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줄이는 것이 좋죠. 블랙아이스로 미끄러움이 있거나 미끄러지는 차량을 발견했다면 즉시 비상등을 켠 후 뒤따라오는 차량 위치를 파악해 다음 사고를 예방해야 합니다.
100여 대 다중 추돌을 일으킨 이 블랙아이스 위험 경보는 15일에도 계속될 전망인데요. 제설을 위해 뿌린 염화칼슘으로 도로가 살얼음이 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물에 염분이 섞이면 증발이 느려져 도로가 계속 축축하게 유지되면서 밤새 떨어진 기온에 새로운 블랙아이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추워진 날씨도 블랙아이스 최적의 조건에 부합하는데요. 14일 밤부터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15일 아침에는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겠습니다.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블랙아이스 사고. 차량과 보행자 모두 주의 사항과 대처법을 숙지하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