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나가신다” 불모지 韓서도 인기차 등극할까 [모빌리티]

입력 2025-0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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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 국내에 픽업트럭 잇달아 출시
캠핑·레저 인구 늘면서 픽업트럭 수요 높아져
기아는 상반기 최초 픽업트럭 ‘타스만’ 출시
KGM도 첫 전기 픽업트럭 ‘O100’ 선보일 예정

▲KGM의 렉스턴 스포츠&칸. (사진제공=KG모빌리티)

글로벌 시장에 비해 ‘불모지’로 불렸던 국내 시장에서 픽업트럭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캠핑 및 레저 인구 급증으로 적재 공간이 큰 픽업트럭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성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1만3954대로 전년보다 25.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4만2825대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5년 만에 판매 대수가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픽업트럭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광활한 땅에 기름값이 저렴한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의 큰 차체와 낮은 연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멀리 떨어진 마트에 가서 물건을 가득 실어 올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다섯 대중 한 대는 픽업트럭일 정도다.

반면 국내는 픽업트럭의 무덤으로 불린다. 상대적으로 좁은 땅에서 도심 주행을 주로 하는 국내에서는 큰 차를 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양한 선택지가 없다는 점도 픽업트럭 시장이 커지기 힘든 배경으로 꼽힌다.

▲기아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 (사진제공=기아)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캠핑이나 레저 인구 등이 급증하면서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도 점차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내 완성체업체들도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성장 잠재력에 맞춰 신차를 줄줄이 내놓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업체 중에서 픽업트럭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곳은 KG모빌리티(KGM)다. KGM은 중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칸’을 지난해에만 1만2231대 팔았다. 전체 연간 픽업트럭 판매량 가운데 87.7%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후발주자들이 국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본격 뛰어들었다. 특히 기아는 올해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을 견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말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타스만을 최초 공개했다. 올 상반기 중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타스만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스웨덴, 호주,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4년이 넘는 기간 총 1만8000회가 넘는 시험을 거쳐 개발됐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4000만~5000만 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픽업트럭을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현대차는 2021년 미국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을 기반으로 만든 픽업트럭인 ‘싼타크루즈’를 출시했지만 국내에는 들여오지 않았다. 이번 타스만 출시를 통해 KGM이 주도하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도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GM이 2023년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O100 콘셉트카. (사진제공=KG모빌리티)

KGM도 올해 전기 픽업트럭을 선보이며 대응에 나선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O100’(프로젝트명)은 전기 SUV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중국 비야디(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의 명맥을 이어온 KGM은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수입차 업체들도 국내에 픽업트럭을 들여오며 수요층 공략에 돌입했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해 GMC ‘시에라’의 상품성 개선 모델과 쉐보레 ‘콜로라도’의 완전변경 모델을 잇달아 내놨다. 특히 콜로라도는 출시 하루 만에 초도 물량 완판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룹 빅뱅 지드래곤이 지난해 11월 4일 샤넬 패션쇼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당시 타고 온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차량. (뉴시스)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의 국내 출시 일정에도 관심이 모인다. 2023년 11월 미국에서 출시된 사이버트럭은 미래지향적인 독특한 디자인으로 현지에서 인기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국내에 선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 신차 출시가 적었으나, 최근에는 반대로 신차가 없어서 못 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캠핑이나 차박에 대한 열풍이 일고 있는 만큼 ‘세컨카’로써의 수요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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