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낮아지며 혈액순환 원활하지 못해 항문질환 발생하기 쉬운 조건 돼
항문질환은 민감한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병원 방문을 꺼려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방치하면 염증이 진행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질로 치료받은 환자는 62만7565명이다. 주로 겨울철에 환자 수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며 12월부터 3월 환자 수가 가장 많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항문 주변의 혈관이 부풀고 염증이 생기기 쉬운 조건이 된다. 연말 잦은 술자리도 항문질환을 악화시킨다. 알코올은 항문의 혈관을 확장시키는데, 확장된 혈관 때문에 항문 조직이 부풀어 오르면 치핵 증상이 더 심해진다.
스키나 스노보드, 썰매를 탈 때 차디찬 눈밭 위에 앉거나 구부린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항문에 자극이 될 수 있다. 추운 날씨에 활동량이 줄어들고 몸을 씻는 횟수가 감소하는 것도 항문질환에 영향을 준다.
치질은 항문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폭넓게 아우르는 말로, 치핵·치열·치루 등으로 구분된다. 항문 내부에는 배변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점막과 혈관, 근육으로 구성된 쿠션 조직이 존재하는데 쿠션 조직이 과도하게 부어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증상을 치핵이라고 일컫는다. 치열은 항문 피부가 찢어지는 질환을 말하며 치루는 항문 주위에 생긴 고름이 주변 조직으로 확산하면서 비정상적인 길(누공)을 형성하는 질환이다.
치질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보통 수술을 떠오르지만, 비수술적인 방법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1기에서 4기로 나누는데 증상이 가벼운 1기의 경우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고, 볼일을 볼 때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고 따뜻한 물로 좌욕하는 등의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 3기 이상에서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다만 수술 시 통증이 심하고 더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비수술적 치료법을 사용하고 난 뒤 마지막 방법으로 택해야 한다.
조영규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외과 과장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배변 후에는 따뜻한 물로 2~3분 정도 좌욕을 해주는 게 도움된다”면서 “항문의 괄약근 운동을 수시로 해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것도 좋다. 간에 부담을 주는 음주나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조 과장은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치질은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TV에서 광고하는 먹는 약과 연고는 병이 급성으로 진행됐을 경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 생활습관 개선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