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여름에 패딩 등 의류 수요 예측 어려워
11월 백화점 매출 소폭 늘었지만, 오프라인 패션은 감소
롯데ㆍ신세계, 패션 대신 체험 콘텐츠ㆍF&B 강화
긴 여름 장마와 폭염, 겨울철 폭설과 한파에 비해 봄·가을이 짧아지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매년 심화하자, 유통업계에서 기후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이상기후로 인해 판매 변동성이 큰 패션 비중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5개 주요 패션 협력사와 한국패션산업협회, 자사 패션 바이어로 구성한 20여 명 규모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 내년 본격 운영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이런 3자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것은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통상 백화점 계절 상품은 △봄 1월 △여름 3월 △가을 7월 △겨울 9월에 입고된다. 이에 세일 시점도 △봄 3월 말 △여름 6월 말 △가을 9월 말 △겨울 11월 중순이 공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11월 중순까지 더위가 이어졌고, 짧은 가을 후 곧바로 겨울로 접어들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기후변화 TF를 통해 △길어진 여름 대응 방안 마련 △간절기 상품 특별 세일 추가 진행 △계절에 맞는 신제품 출고일 변경 여부 등 전방위 판매 전략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초여름·한여름·늦여름까지 여름 시즌을 세분화해 생산·판로·프로모션을 확대하고, 협력사는 여름용 냉감 소재 기능성 제품이나 겹쳐 입는 간절기 아이템을 늘린다. 현대백화점은 여름 정기 세일 외에 간절기 특별 세일 등을 8~9월 추가 진행안도 검토한다. 대응 방안은 내년 1분기 중 실행이 목표다.
다른 백화점도 기후변화에 발맞춰 패션 판매 전략 수정을 고심 중이다. 올해 백화점 3사 실적은 부진했는데, 특히 줄어든 패션 판매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으로 국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소폭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패션·잡화는 3.7% 줄었다. 롯데·신세계는 현대처럼 기후위기 대응 별도 팀은 없지만, 패션을 더는 주력화 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체험 콘텐츠 강화, 식품 등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는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로 전환해 놀이·체험의 장으로 바꾸고 있고, 신세계는 2월 국내 최대 규모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를 열고 식음료(F&B)에 매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제품을 사는 대신 하루 이틀 배송이 가능한 이커머스 패션 쇼핑이 대세가 되고 있다”며 “특히 백화점은 지역 기반 수요와 고급 패션에 주력했던 그간의 전략만으론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