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ㆍ황정민ㆍ이찬원…올해 예능계 휩쓴 이들의 '공통점' [이슈크래커]

입력 2024-12-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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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에드워드 리(왼쪽부터), 배우 황정민, 가수 이찬원. (출처=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뜬뜬', 이찬원 인스타그램)

연말 시상식 랠리(?)가 시작됐습니다.

지상파 3사 KBS·MBC·SBS가 연말 방영하는 가요·연기·연예 시상식과 각종 축제는 지난주 말미부터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습니다. 20일 'KBS 가요대축제 글로벌 페스티벌'부터 21일 '2024 SBS 연기대상', '2024 KBS 연예대상'이 속속 방송돼 안방극장을 달궜죠.

'KBS 가요대축제 글로벌 페스티벌'에선 선·후배가 어우러져 화합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2024 SBS 연기대상'에선 '굿파트너'에서 열연한 배우 장나라가 데뷔 23년 만에 첫 연기대상을 받으며 눈길을 끌었죠.

이어 열린 '2024 KBS 연예대상'에선 올해 예능계에서 맹활약한 가수 이찬원이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는데요. 유재석, 전현무, 김종민, 류수영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대상을 거머쥔 만큼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각종 시상식의 고질병, '챙겨주기'식 시상이 어김없이 나타났다는 지적이었죠. 한 코미디언은 '연예대상인데 가수들만 챙겨주지 말고 코미디언들도 챙겨달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는데요. 이후 갑론을박이 시작됐습니다. '예능계에서 코미디언들이 소외됐다'는 공감이 나오는가 하면, '연예대상이 코미디언들의 전유물은 아니다'라는 반박도 제기된 겁니다.

그런가 하면 이 같은 갑론을박이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이젠 예능계에서 코미디언과 비(非)코미디언을 따지는 행위가 의미 없다는 취지인데요. 올해 대박을 터뜨린 예능들과 주요 출연진을 살펴보면, 이 지적에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출처=KBS2 '2024 KBS 연예대상' 캡처)

이찬원, '전국노래자랑'→대상 수상까지…변기수 글도 화제

올해 'KBS 연예대상' 영예의 대상 수상자, 이찬원은 명실상부 'KBS의 아들'입니다.

장수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은 물론 '하이엔드 소금쟁이', '신상출시 편스토랑', '셀럽병사의 비밀'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선보였는데요. 추석에는 단독쇼 '추석특집쇼 이찬원의 선물'도 꾸며 주목받았죠.

안정적인 진행 실력과 빼어난 입담은 타 방송사에서도 빛났습니다. JTBC '톡파원 25시', E채널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 SBS '과몰입 인생사 시즌2' 등에서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무엇보다 2008년 어린 나이에 KBS1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트롯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며 트로트 가수로서 꿈을 키워온 이찬원인데요. 앞서 '2022 KBS 연예대상'에선 쇼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을, 지난해 시상식에선 리얼리티 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며 계단식 성장을 보여줬죠. 이번 대상 수상이 더욱 뜻깊었던 이유입니다.

이찬원도 남다른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정말 수상할지 몰랐다"면서 "2022년, 2023년 연예대상 시상식 땐 남모르게 수상 소감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는데요.

이어 "2008년 KBS1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고, 정식 데뷔 후 KBS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며 "'노래에 집중하지 왜 방송을 하냐'는 말도 들었는데, 어릴 때부터 방송과 예능이 좋고 앞으로도 방송인 예능인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죠.

그러나 이찬원과는 전혀 다른 소회도 나와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날 코미디언 변기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KBS 연예대상'에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고 나선 건데요. 그는 "그래도 코미디언 한 명은 줄 수 있지 않나? 가수들만 챙기는 연예대상"이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가수 지코와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쇼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을 받는 장면이 담겼죠.

지난해 11월 KBS는 공개 간판 코미디 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부활을 알린 바 있습니다. 올 한 해 내내 방송했기에 선배 코미디언인 변기수의 아쉬움도 컸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변기수는 2005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 2007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우수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의 지적처럼, 올해 'KBS 연예대상' 신인상 수상자 중 코미디언은 없었습니다. 리얼리티 부문 신인상 수상자 역시 배우 이상우('신상출시 편스토랑'), 가수 박서진('살림하는 남자들')이 차지했죠. 여기에 대상까지 가수인 이찬원이 거머쥐었습니다.

변기수의 의견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압도적으로 빼어난 후보가 없는 상황인 만큼 코미디언도 함께 챙겨줄 수 있지 않았냐는 지적입니다. 씁쓸하지만, '챙겨주기·나눠주기 시상에서 코미디언은 왜 빼먹냐'는 취지죠.

반면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은 코미디언들이 그만큼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콘' 부활 초반에는 신윤승, 조수연과 같은 선배 코미디언들이 이목을 끌었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른바 '정통 코미디언'들이 별다른 화제성을 보이진 못하다는 거죠.

▲(사진제공=넷플릭스, 웨이브, SBS, JTBC)

올해 화제성 터진 예능 보니…가수→무당(?)까지 직업도 '다양'

실로 올해 예능계는 가수, 배우, 유튜버, 셰프, 점술가 등 다양한 직업군(?)의 활약으로 가득 찼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 KBS 2TV '1박 2일 시즌4'('1박 2일'), MBC '나 혼자 산다'('나혼산'), SBS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 등 간판 프로그램들은 올해도 존재감을 각인했는데요. '1박 2일'은 가수 이준과 방송인 조세호가 투입된 이후 시청률이 8~9%대까지 꾸준히 올라 두 자릿수를 넘보는 상황입니다. '나혼산'은 배우 구성환을 필두로 신선한 얼굴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이 배꼽을 잡게 했죠. '미우새'에선 배우 김승수와 양정아의 러브라인(?)이 연달아 그려져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기도 했습니다.

이 세 프로그램만 봐도 가수부터 배우까지, '정통 코미디언'은 아닌 이들이 안방극장을 즐겁게 했는데요.

범위를 종편·케이블 및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으로 넓히면 직업은 더 다양해집니다.

가장 먼저 올해 하반기를 휩쓸었던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요리사')을 꼽을 수 있는데요. 출연자 다수가 요식업 종사자입니다. 그런데도 숱한 웃음과 더불어 감동까지 안겨줬죠. 특히 에드워드 리가 자신의 한국 이름, '이균'을 설명하는 마지막 회에선 눈시울을 붉힌 시청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흑백요리사'는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부문 1위를 3주 연속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 내내 모든 화제성 지표를 싹쓸이했죠. 특히 요식·유통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콘텐츠의 힘까지 체감케 했습니다.

JTBC·웨이브 연예 예능 '연애남매'는 연프(연애 프로그램)가 식상해진 안방극장에 색다른 재미를 줬습니다. 연애 리얼리티 최초로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남매와 가족에 초점을 둔 따듯함으로 차별화를 꾀하는가 하면, 예기치 못한 애정 전선의 균열과 변화라는 연프다운 긴장 요소도 잊지 않았죠. '연애남매'가 처음 공개된 3월 신규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전월 대비 20대 여성 신규 가입자가 약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부 화제성 조사 결과도 휩쓸었는데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연애남매'는 방영 기간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총 4번의 1위를 달성했고, 마지막 회차에서는 자체 최고 화제성 점수를 얻으며 막을 내렸습니다.

비연예인 연프 가운데 남다른 마니아층을 형성한 예능도 있었습니다. 타로 상담가부터 역술가, 무당 등 MZ 무속인들이 운명을 찾는 과정을 그린 SBS '신들린 연애'는 방송 당시 2049시청률 전 채널 1위, 해외 OTT 서비스 뷰(Viu)의 인도네시아 예능 프로그램 부문 1위, '나는 솔로'를 제치고 예능 프로그램 화제성 1위에 오르는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시즌1의 흥행으로 시즌2 제작도 일찌감치 확정 지었죠.

여기에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가 열린 올해, JTBC의 '최강야구' 인기도 이어졌습니다. 레전드 야구 선수들이 은퇴 후 '최강 몬스터즈'라는 팀을 이뤄 아마추어·2부 리그 구단과 열정 가득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숱한 야구 팬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핑계고' 등 웹예능 인기 고공행진…밥그릇 구분, 의미 있나?

유튜브 웹예능 인기도 빼놓을 순 없습니다.

공개만 됐다 하면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는 매회 다양한 게스트들과 다채로운 대화를 나누며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릴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죠. 올해 영상 누적 조회수는 5억6353만3191회에 달합니다.

22일 공개된 '제2회 핑계고 시상식'에는 '제1회 핑계고 시상식' 대상 수상자인 배우 이동욱을 필두로 코미디언, 가수, 배우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총 25명의 계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연말 시상식에 걸맞은 화려한 라인업이 돋보인 가운데, 대상의 영예는 배우 황정민에게 돌아갔습니다. 화려한 개인기나 입담, 유행어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은은한 웃음을 주는 '아저씨 매력'을 선사한 만큼, 그의 수상엔 이견이 갈리지 않죠.

'핑계고' 외에도 장도연의 '살롱드립', 나영석 PD의 '채널 십오야' 등은 수많은 애청자를 거느리면서 높은 조회 수와 화제성을 자랑합니다.

전통 매체와 신 매체의 경계는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정통 코미디언들이 유튜브로 터전을 옮겨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고, 유튜버, 틱톡커들이 브라운관에 진출하면서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하죠.

TV 광고 모델이 인기척도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 조회 수, 좋아요 횟수 등으로 인기를 판별하곤 합니다. 온라인 검색량, 프로그램 및 출연자 경쟁력을 산출해 화제성을 조사하는 전문기업들이 생겨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죠.

가수, 배우, 코미디언의 구분 역시 마찬가집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는 셀 수 없이 많고, 가수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자랑해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OST를 직접 부르는 배우들도 수두룩합니다. 또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톱배우들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소탈한 일상을 공개하고, 아이돌 그룹도 웃음을 주는 자콘(자체 제작 콘텐츠) 하나쯤은 필수로 공개하는 요즘인데요. 그야말로 콘텐츠 홍수 시대라는 거죠.

이 말은 곧 시청자, 플랫폼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도전을 게을리하면 곧바로 뒤처진다는 경고로도 다가옵니다. 코미디언과 비코미디언을 구분하는 일보단, 재미에 대한 고민과 용감한 시도가 건강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미디언부터 가수, 배우, 유튜버 등이 맹활약한 올해 예능계에 박수를 보내며, 내년에도 이어질 웃음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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