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3조→2030년 80.3조
아마존ㆍ애플 등 앞다퉈 日 진출
유튜브처럼 K콘텐츠 잠식 우려
불법유통에 글로벌 진출 발목
한국이 웹툰 종주국이지만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입지가 위태롭다. 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블루오션인 웹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골칫거리인 불법 유통 시장은 점차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아마존과 애플,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뿐만 아니라 일본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쿠텐, 게임 개발사 반다이남코까지 웹툰 시장에 뛰어들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첫 진출지로 웹툰 종주국인 한국이 아닌 일본을 택했다. 이미 웹툰이 만화업계의 주류로 정착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만화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어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과 애플은 지난해 일본에서 각각 ‘아마존 플립툰’과 애플북스 ‘세로 읽는 만화’ 서비스를 신설하며 웹툰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공교롭게도 양사 모두 키다리스튜디오, 케나즈 등 한국 웹툰 제작사로 작품을 공급받고 있다. 반다이남코도 지식재산권(IP) 확장을 위해 지난해부터 일본 웹툰 시장에 뛰어들었고 라쿠텐도 올해 1월 ‘R-툰’을 출시해 세로로 보는 웹툰을 선보였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웹툰 시장은 2021년 37억 달러(약 5조 2976억 원)에서 2030년 561억 달러(약 80조 3240억 원)로 연평균 36.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시장에서도 여전히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도하고 있지만 빅테크가 웹툰시장에 참전하면서 잠식당한 음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처럼 K콘텐츠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플랫폼들이 디지털콘텐츠 사업 영역에 뛰어들었을 때의 파괴력은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을 통해 유튜브 뮤직이 순식간에 국내 음원 시장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석권하는 것을 통해 이미 확인했다”고 했다.
여기에 웹툰 시장의과 함께 커진 불법 유통 시장이 활개를 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7215억 원(2022년 기준)으로 웹툰 시장 규모(1조8290억 원)의 39.45%를 차지한다. 이는 한국어로 서비스 중인 불법 사이트에 한정된 수치인만큼 세계 시장에서 불법 유통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유통은 웹툰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카카오의 웹툰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는 상반기 프랑스 법인 철수한 데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인도네시아와 대만에서 웹툰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NHN도 베트남, 태국, 독일과 대만 사업을 철수했다.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리는 동남아 시장에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해외 진출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으며 특히 인도네시아는 100여 곳이 넘는 웹툰 콘텐츠 불법 공유 사이트가 운영되는 등 불법 유통 주요 국가 중 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