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진입 선박 수 10년 전보다 37%↑
유럽-아시아 운송거리 40% 단축
중·러, 북극 항로 개발 ‘밀월’ 강화
미국 등 서방도 맞대응 고심
북극은 남극과 달리 대륙이 아니라 전 세계 바다의 3%를 차지하는 빙하로 가득 찬 바다다. 이 빙하가 녹으면서 항로가 드러났다. 미국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북극 항로는 유럽과 북서 아시아 간의 해상 운송 거리를 40%, 운송 시간을 30% 줄일 수 있다.
북극이사회 워킹그룹(PAME)의 올해 초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 극지에 진입한 고유 선박 수(각 선박의 한번 진입 횟수)는 10년 전보다 37% 증가한 약 500척에 달했다. 북극 극지방을 지나는 선박의 항해 거리는 10년 전보다 111% 급증한 1290만 해리(약 2389만 km)에 달했다.
아직 다른 항로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지만, 북극해 운송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선봉에 선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는 2008년부터 북극해와 인접한 야말반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에 착수하면서 일찌감치 북극 항로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러시아에서의 가스 수입 확대를 목표로 북극항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지난 2018년에는 북극 항로를 ‘일대일로’에 통합하는 정책 목표를 담은 ‘북극백서’를 공표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아예 팀을 이뤄 북극항로 개척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국은 8월 북극해 항로 협력을 위한 소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소위원회의 메커니즘과 목표에 대해 합의했다.
최근 서방에서는 자칫 북극 항로 선점을 중국과 러시아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을 필두로 항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는 지난달 말 쇄빙선 협력 노력(Icebreaker Collaboration Effort), 일명 ‘ICE 협정’으로 불리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서방은 중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극 항로 개발을 단순 경제적 기회가 아닌 국가안보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린다 파간 미국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한 안보 포럼에서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북극에 중국 연구선이 한 척만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5척이 있었고, 올여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알래스카 해안에서 60~70마일(약 97~113㎞) 떨어진 곳에서 함께 수상함 전투전대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센터 극지연구소는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 동맹국보다 쇄빙선 역량 면에서 우위에 있으며, 이제 러시아의 쇄빙은 북극 항로 개발이라는 경제 개발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