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민관 공들인 밸류업 세일즈 한 순간에 물거품 위기

입력 2024-1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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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홍콩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에서 (왼쪽부터)이수용 칼라일 아태지역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

이복현 금감원장, 4대 금융지주 회장
지난해부터 7개국 돌며 K-금융 세일즈
밸류업 위해 비전 제시하며 적극 홍보
계엄, 탄핵 이슈에 외국인 투자자 금융업서 대거 빠져
주가도 급락…정국 불안에 추가 이탈 우려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규제·감독 행정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지속해서 높여갈 계획이다.”(2023년 5월10일 동남아 주요3국 해외 IR,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개회사)

“신한금융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성실한 이행과 함께 대한민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도하기 위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11월12일 홍콩IR,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사태로 번진 탄핵 정국 후폭풍에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공들였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젝트가 한 순간에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 초대형 정치 리스크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를 철회하며 자금을 회수하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 시장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한 외국인들은 금융업종에서 ‘셀 코리아’ 중이다. 지난 2년 간 7개국을 직접 뛰며 ‘K-금융’ 세일즈맨’을 자처했던 이복현 금감원장과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시장안정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뚜렷한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85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금융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콘래드 다운타운 호텔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호 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하비 슈와츠 칼라일그룹 대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김의환 주한뉴욕총영사관 총영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강철원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다니엘 심코위츠 모건스탠리 공동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김기준 JP모건 한국대표. (금융감독원 )

4일 2551억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5일 2786억 원, 6일 1759억 원 등 총 7096억 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 금융업종 순매도가 이틀 연속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지분율도 3일 37.19%에서 6일 36.12%로 1%포인트(p) 넘게 줄었다. 전체 21개 업종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빠졌다.

지난해부터 회장들이 해외를 직접 돌며 세일즈에 나섰던 4대 금융의 외국인 지분율도 크게 감소했다. KB금융이 3일 78.14%에서 6일 77.19%로 가장 많이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61.09%, 68.29%에서 각각 60.62%, 68.14%, 우리금융은 46.11%에서 45.84를 보였다.

주가 역시 하락했다. 이 기간 KB금융은 15.7% 나 빠졌고 △신한금융 -9.0% △하나금융 -7.9% △우리금융 -5.9% 등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윤 대통령발 (發) 악재로 벌어진 결과다. 더욱이 전일 윤탄핵 불성립 이후 윤 대통령 거취를 두고 여야간 정치적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외국인 이탈과 주가 하락도 잇따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마치고 의원들과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하라'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 원장과 4대 금융 회장들이 지난해부터 합동으로 ‘K-금융 세일즈’에 나섰던 노력을 걷어찬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해 5월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직접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 뒤 같은 해 9월에는 영국 런던을 다녀왔다. 올해 5월에는 미국 뉴욕, 지난달에는 베트남과 홍콩, 인도네시아에서 IR을 개최했다.

7개국에는 각각 4대 금융 회장들이 참석했다. 진옥동 신한금융회장이 런던과 뉴욕, 홍콩 IR을 동행해 가장 많이 갔고 함영주 회장이 동남아 3개국 IR과 홍콩을 같이 다녀왔다. 이어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뉴욕IR,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런던 IR,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동남아 3개국 IR에 각각 참석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각 지주사들의 미래비전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으며 이원장은 필요시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선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관 합동으로 한국 금융 중심지를 홍보하고 밸류업에 적극 나섰는데 허탈한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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