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 시범사업…문제점 보완 후 정식 확정 전망
형사처벌 집중하면 전과자 양성 우려
중도 포기‧탈락 등 재활 실패 때 기소
단약 성공 시 ‘사회 복귀→지속 지원’
청년층 마약범죄 예방 해결책을 고심하던 정부가 중독 재활 치료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하는 ‘조건부 기소유예’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마약 정책을 전환한다.
마약 사범 형사처벌에 집중하는 기존 적발·단속 중심 수사정책을 고수할 경우 청소년 전과자 양성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과자 ‘꼬리표’는 청소년들이 미래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은 교화가 매우 힘들다는 측면 또한 고려했다.
대검찰청 초대 마약·조직범죄부장을 거쳐 인천지검장을 맡고 있는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검사장은 6일 본지에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이 시범 사업 중이기는 하나 확정된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적발·단속’에서 ‘치료·재활’ 병행으로 기조를 바꾸는 것이다.
박 검사장은 “시범 사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초기 단계여서 정책 수행 중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은 검사가 일단 기소를 중지시켜 놓은 뒤 중도 포기나 탈락 등 재활에 실패할 때 비로소 기소하는 방식이다. △법무부 보호관찰 △보건복지부 치료감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사회재활을 통해 치료에 성공하면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사회에 복귀하는 한편 지역사회에서 지속 재활을 지원하게 된다.
박 검사장은 “(재활 치료 지정) 병원은 주임 검사에게 매월 청소년에 대한 치료 경과서를 송부하고, 주임 검사는 이를 검토해 청소년의 치료 정도와 협조도 등을 파악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 기조 변화는 20·30세대 마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붙잡힌 마약류 사범은 총 2만7611명으로 전년(1만8395명) 보다 50.1% 급증했다. 이 중 20~30대가 1만5051명으로 54.6%를 차지했다. 올 1분기 상황도 다르지 않다. 1~3월 석 달간 적발한 마약 사범(5040명)에서 20·30대(3113명)가 차지하는 비율이 61.8%에 달한다.
게다가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0대는 1477명으로 비중은 5.3%에 이른다. 2022년 481명(2.6%)과 견주면 3배나 증가했다.
대검·경찰청·관세청·해양경찰청·국방부·국정원·식약처로 꾸려진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한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을 놓고 보면, 범정부 차원 역량을 결집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자 10대 마약 사범 1551명을 검거했다. 전년 동기(463명) 대비 234.9%, 3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현재 정부가 시범 사업 중인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은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를 기본으로 한다. 중독 전문가·정신과 전문의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위원회가 대상자의 중독 수준 등을 판단한 뒤 개인별 맞춤형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보호관찰소 약물 모니터링까지 결합함으로써 중독자의 온전한 사회 복귀와 재범 방지를 돕는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인천지검 단기개입 프로그램은 △자기 효능감 및 비전 등을 탐색하는 ‘집중 프로그램’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전문의 강의’ △회복자 상담가와 상담을 통한 ‘동기 강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약에 중독된 자녀를 관리하고 양육해야 할 부모 교육 6시간을 포함해 66시간으로 진행된다. 매주 정신과 전문의와 대면 상담을 실시하는 등 한 주당 5시간씩 전부 13주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특히 마약 등 약물 중독에서 회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추고 마약퇴치운동본부·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회복자 상담가 양성과정을 마친 상담가를 위촉해 동질감을 키워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박 검사장은 “마약 사범이라도 청소년은 다르게 봐야 하지 않는가라는 (형사정책적) 고민에서 출발했다”면서 “청소년 마약 확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 외에 호기심 등으로 마약류를 투약한 청소년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는 물론 청소년들의 마약류 오·남용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마약 예방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조팀 = 박일경 기자 ekpark@·박꽃 기자 pgot@·김이현 기자 spes@·전아현 기자 ca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