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측 대법원 상고… SK그룹 리밸런싱 작업에 올인

입력 2024-05-30 17:23수정 2024-05-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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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변호인단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 반드시 바로잡을 것"
최 회장, 재산분할보다 SK그룹 쇄신 작업에 올인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재계는 최 회장의 그룹 장악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일단 최 회장 측이 대법원 상고에 나선 가운데, 당장 재산 분할보다 그룹 쇄신 작업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30일 최태원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며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고는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SK㈜ 지분이다. 최 회장은 SK㈜에 1297만5472주, 17.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지분 가치는 30일 종가 기준 2조812억원에 해당한다. 산술적으로 지분을 절반 가까이 팔아야 재산분할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이 SK㈜의 지분 17.73%를 보유하고, SK㈜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 E&S·SKC·SK네트웍스·SK에코플랜트 등 자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형태다. 최 회장의 지분이 흔들리면 지배구조 역시 흔들리는 구조다.

다만 일부 주식을 매각한다 해도 최 회장 가족이 들고 있는 주식이 우호 지분으로써 경영권 위협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SK㈜ 주식을 각각 6.58%, 0.37%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장외 회사 매각 가능성 등도 거론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이 17%인데, 지배력 약화를 우려해 팔기는 힘들 것”이라며 “주식담보대출을 할 수도 있고, SK실트론 등 장외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당장 최 회장이 재산 분할액 지급 방안 마련에 몰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법원 판결까지 2~3년이 더 걸릴 수 있고, 당장 그룹 쇄신이란 시급한 작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최태원 회장이 그만큼의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일단 3심까지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룹 쇄신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당장 시급한 경영 리밸런싱 작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이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룹 쇄신작업을 늦출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SK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취임 직후 고강도 쇄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 의장은 격주 토요일마다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통해 그룹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재계의 시선은 다음 달 경영전략회의에 쏠린다. 매년 6월 개최되는 경영전략회의는 지난해까지 확대경영회의로 불렸다.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와 더불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 중 하나다. 지난 4년 동안의 회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인 파이낸셜 스토리가 주요 의제였으나 올해는 리밸런싱이 핵심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재편 가능성이 언급된다. SK팜테코, SK바이오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등 SK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이 대상이다. 그동안 계열사 간 협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중복 사업은 통합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계열사 간 협력 체계 구축에 힘을 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수소 사업도 재정비의 대상으로 꼽힌다. 계열사별로 수소 관련 사업을 각자 진행 중이라 한데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일부에서는 SK E&S를 중심으로 수소 사업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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