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연구진, 간암 면역기능 약화 기전 첫 규명

입력 2024-03-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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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 성장 돕는 ‘암연관섬유아세포’ 간암 면역치료 효과 저하 증명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소화기내과 교수, 박종근 의생명건강과학과 석사과정생, 최호중 간담췌외과 교수.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간암의 암연관섬유아세포(CAFs)가 면역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A와 결합해 면역반응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성필수 소화기내과 교수(교신저자), 최호중 간담췌외과 교수(공동저자), 박종근 의생명건강과학과 석사과정생(제1저자) 연구팀이 간 내 축적된 면역글로불린 A가 간세포암 주변 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암연관섬유아세포에 영향을 주어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을 약화하는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이 서울성모병원에서 간세포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조직샘플을 분석한 결과, 증가한 면역글로불린A는 간 내 섬유아세포에 결합하고, 이로 인해 섬유아세포가 면역 억제 기능이 향상하는 표현형으로 분화했다. 이는 항종양 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T세포 기능 약화로 이어져 간암의 발생 및 면역 치료에 좋지 않은 반응을 유발했다.

암연관섬유아세포는 종양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아세포로 종양미세환경에서 암의 진행과 전이를 촉진할 뿐 아니라 치료약물의 전달을 방해하고 저항성을 유발해 암 치료를 어렵게 한다. 최근 간세포암의 암연관섬유아세포가 항암제 렌바티닙과 소라페닙 치료의 내성을 유도하며, 여러 표현형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방암과 췌장암 등 여러 암에서 암연관섬유아세포의 역할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반면, 간세포암 분야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연구는 간세포암에서 암연관섬유아세포의 형성 기전 및 특성을 규명해, 이를 제어하는 새로운 면역항암제 치료 전략이 기대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은 림프구에서 분화된 단백질로,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면역체계다. 면역글로불린은 IgG, IgM, IgA, IgD, IgE 등이다. 면역글로불린A는 우리 몸이 감염에 대항해 만들어지는 항체의 한 종류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 주로 점막 부위에서 분비돼 방어하며 타액, 소화액 등에 존재한다.

간세포암은 원발성 간암으로 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약 90%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의 3번째 주요 원인이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간세포암 발생률 1위다.

간세포암은 간 전제술, 간이식, 항암요법이 주요 치료법이다. 간암 치료를 위한 면역항암제가 최근 임상에 쓰이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병합 요법에도 여전히 환자 10명 중 3명은 암이 빠르게 악화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성 교수는 “축적된 간 내 면역글로불린 A는 면역 억제를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며, 간세포암의 발전 및 전이의 핵심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간암 조직을 실제로 이용한 이번 연구로 암연관섬유아세포의 항종양 면역기능 약화 기전이 최초로 규명된 만큼, 간암에서 면역치료 반응률을 높이려면 암연관섬유아세포 제거가 필요하다"라며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과 간학 분야 국제학술지 ‘간장학(Hepatology)’에 2월 15일 자로 정식게재됐으며, 이에 앞서 온라인에 먼저 게재됐다. 연구는 서울성모병원 리더연구자 연구비와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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