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 쇼크…韓 반도체 업계, 위기냐 기회냐

입력 2025-01-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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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추론 특화 AI 모델 ‘R1’ 선봬
출시 이후 엔비디아 주가 17% 폭락

▲엔비디아와 딥시크 로고. (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가형 반도체로 고성능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국내 반도체 업계도 향후 미칠 영향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에게 부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미국의 제재를 변수로 꼽았다.

30일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형언어모델(LLM) ‘V3’를 공개한 딥시크는 20일(현지시간)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 모델 ‘R1’을 선보였다. 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섰으며 개발비용도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 원)에 그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최신 AI 모델 ‘라마3’ 모델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에 큰 충격을 줬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일대비 16.97%(118.42달러) 폭락한 엔비디아는 다음달 8.93% 반등했지만 29일에는 또 다시 4.10% 미끄러졌다. 엔비디아가 딥시크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자사의 최첨단 AI 칩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향후 AI 분야의 판도 변화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HBM 5세대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 의존도가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영향은 달라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딥시크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딥시크를 검증하고 규명하는 동안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나 실적에 쇼크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엔비디아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일부 영향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AI 기술이 발전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빠르게 처리해주는 고사양 HBM으로 전환되는 트랜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의미다. 그는 “구글, MS,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자체적 칩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 HBM을 요구하는 업체들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향 저사양 메모리에 대한 시장 개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이 부원장은 “딥시크 주장처럼 고사양이 아닌 제품으로 충분히 커버했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라면서 “제품 신뢰성 및 성능 측면에서 월등히 좋은 한국 업체에 대한 러브콜이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해지는 미국의 제재는 변수로 꼽았다. 고사양 제품은 물론 저사양까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논의가 매우 초기 단계라면서도 엔비디아의 H20 칩 제품으로 수출 통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기존 대중국 수출 통제에 따라 저사양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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