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가 뭐예요?" '돈맹' 사회초년생, 빚 갚느라 빛 못본다 [금융 문맹률 낮추자①]

입력 2023-10-16 05:00수정 2023-10-16 08:4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 금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을 글자를 모르는 문맹에 빗댄 말이다. 2023년 현재 국내 금융 소비자 대다수는 금융문맹 상태다. 금융 지식이 생존의 필수 요소라는 것은 십 수년 전부터 수없이 강조돼 왔다. 저축은행 후순위 사태, 신용카드 대란, 라임 펀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로 필요성을 직접 체험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거나 수준이 낮은 ‘돈맹(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 상태는 여전히 세대 이전되고 있다. 이들이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경우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본지는 한국 금융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고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노력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싣는다.

'돈치' 2030, 부동산 가상자산 등 묻지마 투자
금융 지식 무지해 쉽게 돈 벌리고 신용불량자 전락 일쑤
범죄 휘말리거나 금융사기 피해자되기도
학교 중심 금융공교육 시행 급선무

133조8093억 원. 올해 7월 기준 지난 1년 간 2030세대가 5대 은행과 6대 증권사에 낸 빚이다. 이 중 83조9492억 원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했고 ‘빚투(빚내서 투자)’로 49조8599억 원을 썼다.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MZ세대가 금융권에서 최대한 돈을 ‘땡겨’ 부동산·주식, 가상자산 등에 ‘묻지마 투자’한 영향이다. 남들 투자할 때 나만 빠지면 도태된다는 ‘벼락거지’ 두려움과 금융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모바일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금리가 오르고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들의 미래는 ‘해피엔딩’이 아닌 ‘지옥’의 불구덩이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이들이 어릴 때 부터 금융에 대한 조기교육을 받았다면 무작정 돈을 빌려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금융사기에 넘어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조기 금융교육은 소득양극화와도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학교를 중심으로 한 금융 공교육 체제가 마련되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및 6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메리츠증권)로부터 2030 청년층이 받은 대출 규모는 전체(476조938억 원)의 28.1%에 달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금융 2030 청년 금융을 말하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꼬리를 무는 빚에 원리금도 제 때 갚지 못하는 청년들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3524억 원 이었던 이들의 연체 잔액은 올해 7월 4940억 원으로 7개월 새 1416억 원이 늘었다.

자발적으로 돈을 빌리는 사람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금융사기에 빠지는 경우는 더욱 뼈아프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전세사기 피해자도 10명 중 7명이 2030세대였다. 청년층은 물론 은퇴세대, 금융 취약계층인 노인층을 타깃으로 한 불법 금융 피해사례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사채, 보이스피싱, 다단계 대출사기 등 수법도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 중이다.

이처럼 청년층의 빚 급증과 계획적이지 못한 투자, 금융 사기에 쉽게 현혹되는 것은 유년기, 청소년기에 걸쳐 제대로 된 금융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수없이 반복되는 대형 금융 사고 피해로 ‘금융 리터러시(literacy·이해력)’와 이용자의 의식 전환이 금융 시스템 개혁의 핵심 과제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금융당국과 각 금융사들은 금융 교육, 아카데미 등을 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 공교육 체계가 마련돼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바른 금융 습관은 자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닌 꾸준한 학습을 통해 기르는 것”이라며 “금융정보를 제대로 알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우리의 필수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