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점차 상승 반전하는 가운데 서울 곳곳에서 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하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실거래가는 주요 부동산 지표 중 하나인데 요즘 같은 시기에 일부 작전 세력들은 아파트값을 띄울 목적으로 계약 후 해지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실거래가 띄우기 방지를 위해 다음 달부터 거래 후 등기여부까지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 여러 단지들에서 매매 계약 체결 이후 해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SK 전용면적 84.95㎡형은 4월 7억8000만 원에 매매 거래됐지만 이달 9일 계약이 돌연 해지됐다. 이후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지난달 8억2900만 원 1건, 8억3000만 원 1건 등 계약 해제 금액을 최대 5000만 원 웃도는 가격에 팔렸다.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전용 84.97㎡형 역시 3월 9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가 이달 8일 취소됐다. 해당 계약 이후 이 단지 같은 평형은 △3월 9억8500만 원 △4월 9억2080만 원 △5월 10억1000만 원 △6월 10억500만 원 등 4건의 상승거래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58억 원에 팔렸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전용 157㎡형은 올해 2월 돌연 계약이 취소됐다. 해당 매매 가격은 당시 역대 최고가였다. 이 가구는 거래가 취소된 날 똑같이 58억 원에 거래돼 실거래가 띄우기용이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권 역시 계약 해지 사례가 나타난다.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용 84.98㎡형 입주권은 지난달 20일 16억 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해당 매물은 한 달 뒤인 이달 13일 계약이 해지됐다. 해당 계약 이후 이 단지 같은 평형 입주권은 지난달 최소 16억3059만 원에서 최대 17억567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계약 해지 행위가 가격 상승기 당시에 종종 집값 띄우기용으로 악용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들어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월22일(0.03%) 상승반전한 뒤 5주 연속 오르고 있다.
사례가 늘자 정부도 부동산 작전세력의 실거래가 띄우기 행위 근절에 나섰다.
먼저 다음 달부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기 여부를 표기한다. 등기는 잔금을 모두 치른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할 수 있어서 시장에서 사실상 진짜 거래가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해당 거래 가격이 집값 띄우기용 금액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비자가 실제 납부 금액을 기준으로 주변 시세와 비교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국토부는 현재 평형·층·거래유형·계약일에 국한된 정보 공개 범위를 동별 실거래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소비자 알 권리를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 사례 1000여 건을 골라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달까지 조사를 마친 뒤 다음 달 중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사실 시장에서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잡아내는 것은 만만치 않다”며 “현재는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실거래 신고만 하면 되지만, 이후 등기 여부까지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이 좀 더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