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VC) 발달하면… 은행 위기 시 충격 감소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한국은행은 10일 ‘은행 위기와 벤처캐피털이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은행 위기의 부정적 영향은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곳일수록 완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은행 신용대출이 어려워지는 은행 위기 시에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이 위축된다.

은행 위기란 한 국가의 은행 부문이 많은 수의 디폴트(파산)를 경험하고 갑작스럽고 심각한 수준의 은행 계좌인출이 발생하며 기업과 금융기관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는 시기를 말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가 우리나라의 은행 위기가 발생한 시기다.

보고서는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 또는 산업일수록 은행 위기가 기술혁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며 “벤처캐피털과 같은 대안적 금융수단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금융적인 자원뿐만 아니라 사업적 네트워크, 경영 및 기술적 컨설팅, 모니터링, 멘토링 등의 비금융적자원을 제공하면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비효율을 완화시킨다.

한은 연구결과 외부금융 의존적인 산업일수록 은행위기 발생 시 혁신 활동이 위축됐다. 은행 위기 시에는 각 산업의 외부금융의존도가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특허의 출원수와 인용수가 평균적으로 각각 35.9%, 11.5% 감소했다. 특허 독창성(다양한 분야를 인용할수록 높음)과 일반성(다양한 분야로부터 인용 받을수록 높음) 점수도 각각 17.6%, 26.6% 줄었다.

반면 이러한 은행 위기의 부정적 영향은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곳일수록 완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가의 벤처캐피털 지수가 평균 3.786(7점 만점)보다 1.458점 이상 높을 경우, 은행 위기의 특허 등록 수(인용수, 독창성, 일반성)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이 완전히 상쇄됐다.

특히 지적재산권 제도와 민주주의적 정치제도가 확립된 나라일수록 이 같은 부정적 충격 완화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성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특히 은행 신용경색 또는 은행 위기 시 벤처캐피털이 대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처캐피털 시장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효율적인 투자지원이 어려울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