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인 상태에서 투자금 반환 어려워
“구청에 실체·개발 계획 등 파악해야”
부동산 경기 침체기 속 시장 혼조세를 틈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투자상품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어 수요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업이 성공하면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지만, 토지소유권 확보 과정이 길어지는 등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은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경우 법적 보호가 어렵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역주택조합의 동생으로 불리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5인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해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조합원들이 납입한 자금으로 사업용지를 매입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금보증을 받아 주택을 신축한다. 조합원에게는 우선으로 10년 동안 임대로 공급하고,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분양권을 준다.
조합원 50%, 토지 80% 이상을 확보해야 조합 설립이 가능한 지역주택조합과 달리 협동조합은 발기인 요건만 구성되면 조합 설립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가 전혀 부가되지 않아 세금 부담이 없는 게 특징이다.
15일 본지 취재 결과 허위·과장 광고로 조합원을 끌어들이면서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개발 가능한 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것처럼 속여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김포시는 작년 12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협동조합 조합원 가입 유의사항과 풍무동 민간임대 아파트 도시관리계획과 관련한 안내문을 게재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현재 김포시 풍무동 ○○ 일원은 자연녹지지역으로 김포시 도시계획조례 제30조에 따라 아파트 건설이 불가한 지역”이라며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협동조합의 조합원 모집 또한 불가능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면 우선 도시개발사업 또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및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및 관계 법령에 따라 조합원 모집신고 후 조합원 모집 등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소정의 출자금만 내면 임대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한다는 이들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의 한 협동조합은 가입비 100만 원, 입주 시 900만 원을 내면 임대아파트 분양권을 준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서초구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불입건 종결돼 현재도 버젓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정숙 법무법인 법도 변호사는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해당 지자체에 실체가 있는 협동조합인지 확인하고 개발계획 등 어떤 과정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발기인 상태에서의 투자금 반환에 대한 사항은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인 보호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