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수도권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후 서울 아파트값 급등으로 경기도로 주거지를 옮긴 전세 난민들이 이번에는 월세 고공행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말을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고,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월세 수요와 공급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지역 월세 거주자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1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월간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07.34를 기록해 지난 1월(100) 대비 7.35%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은 4.85%p 올랐고, 인천은 5.02%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단순히 지수만 비교하면 올해 경기지역 아파트 월세는 서울보다 1.5배 더 오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평균 월세 역시 경기도 아파트가 가장 많이 올랐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경기도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 1월 97만 원에서 지난달 100만 원으로 약 3.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월세는 124만9000원에서 126만6000원으로 1.4% 오르는 데 그쳤다.
경기지역 내 주요 단지 월세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집계 기준 경기 수원시 광교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9월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150만 원에 신규 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일 년 전인 지난해 9월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150만 원 수준에 계약이 체결됐다. 보증금 1억 원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180만 원에서 지난 8월 200만 원으로 올랐고, 현 시세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40~250만 원 수준이다.
또 지하철 4호선 평촌역 인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전용 59㎡형 역시 평균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00만 원 수준에 시세를 형성했다. 지난해 10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80만 원 수준에서 월세 계약서를 쓴 것과 비교하면 일 년 만에 월 20만가량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안양시 동안구 D공인 관계자는 “요즘 금리 부담이 커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가 더 많다”며 “기존 세입자는 계약 종료 후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고, 새로 이사할 집을 찾는 고객도 월세를 먼저 찾아 매매나 전세보다 월세는 가격 방어가 잘되는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 내 월세 거래는 집계가 끝난 지난 9월 기준 연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경기도 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만2545건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만482건)과 비교하면 약 19.6% 늘어난 수치다. 아직 신고기한(실거래 후 30일)이 남은 10월 거래량은 1만962건으로 9월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올해 유례없는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됐지만, 월세 거래만큼은 활발했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전입하는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경기지역 아파트 월세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일 년 동안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가구 수는 3만5537가구에 달한다. 또 지난해 통계청 집계 기준 서울에서 경기도로 주거지를 옮긴 인구는 36만2116명으로 파악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매매와 전세시장과 달리 월세는 금리 인상 영향으로 가격 조정 없이 꾸준히 올랐고, 특히 경기지역 수요가 몰리면서 더 가파르게 올랐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월세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이후에는 매매와 전세시장과 같이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