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강의 확대를 이유로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생 측을 대리한 하주희 변호사는 학습권에 대한 면밀한 고민 없는 판단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재판장 이오영 부장판사)는 1일 전국대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와 사립대 학생 2700여 명이 소속 대학본부 27곳을 상대로 제기한 등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0년도 1학기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으로 인해 생명권·재산권 침해가 이뤄지고 사회적 대면접촉을 최소화해야 했던 시기"라며 "비대면 수업 제공은 학습권을 제공하면서도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대면 수업이 어려웠던 만큼 학교법인들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학생들은 학교의 비대면 수업이 현저히 부실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개별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법인에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한 교육부장관이 지도·감독의무를 불이행했고 반환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학 운영은 헌법상 자유의 영역"이라며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교육부장관이 권고·강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배상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 변호사는 "고등교육법은 원격과 비대면을 따로 두고 수업료를 산정한다"며 "법원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이라 학교 측에서는 할 만큼 했다고 봤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가 비대면 강의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로 충분히 갈음할 수 있다고 봤지만 법원의 판단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함께 진행 중인 국립대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소송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국립대는 원래 무상인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서 영조물을 사용하는 만큼 돈을 내는 것이고 법리가 다르다"며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한 항소 여부는 "학생들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송에 원고로 참석한 한 학생은 "학생들이 조금씩 비용을 모아서 진행한 소송"이라며 "패소는 아쉽지만 비대면 수업의 질에 대해 대학들이 경각심을 갖게 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소송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대넷과 학생들은 2020년 7월 "학생 1인당 등록금 100만 원을 돌려달라"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 측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질 나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 학습권이 침해됐는데도 별다른 개선책 없이 부당하게 이득을 벌어들였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