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그의 마지막 노트에는 어떤 내용이

입력 2022-06-28 16:0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이어령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눈물 한 방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사)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다.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다. 품었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호기심을 갖는 것, 그리고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 이어령

'시대의 지성(至聖).'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그렇다. 그는 시대의 지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전 장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호기심’일 것이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했고,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했다.

특히 인간을 향한 그의 호기심은 유난히 각별했다. 이 전 장관의 마지막 육필 원고를 토대로 만들어진 ‘눈물 한 방울’은 인간과 인간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에 관한 책이다.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노트에 손수 쓴 마지막 글을 정리한 책이 바로 ‘눈물 한 방울’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이 전 장관의 책 ‘눈물 한 방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남편이 이 책을 쓸 때, ‘삶에 있어서 눈물의 의미가 뭔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게 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셨다. 죽음은 혼자 가야 하는 외로운 길인데, 삶은 그렇지 않다. 삶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누군가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 하는 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 이어령

강 관장의 말처럼 그는 이 책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전 장관은 언어가 아닌 마음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눈물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희망의 씨앗이라고 봤다.

▲이 전 장관의 육필원고 마지막 페이지. (김영사)

죽음을 앞둔 한 지식인의 고독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전 장관은 “많이 아프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가 멈추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이 우리가 그처럼 두려워하는 죽음”이라고 적었다.

또 책에는 클레오파트라, 이상, 쇼팽, 공자 등 동서고금의 이야기들이 저자의 독창적인 생각과 만나 다양한 형식의 글과 그림으로 형상화돼 있다.

이번 책에 실리지 못한 나머지 육필 원고 역시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의 아들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연구소장은 “아버님이 굉장히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글을 쓰셨다. 그걸 다 종합해서 순서대로 복원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작고 1주기를 맞아 아버님의 서재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령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저항의 문학’,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 수많은 책을 썼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재임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을 추진했다. 2021년에는 한국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올해 2월 26일 별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