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등도 당선되는 기초의원
낮아진 문턱에 군소정당 청년 후보들도 출마
'복수 공천'에 유권자들도 혼란…"한 당에 여러 명? 후보자 많아 혼란"
한 정당에서 여러 명 나와도 '한 명'에게만 투표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3등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가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 기초의원 선출을 위한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가 시범 도입되면서다. 서울 4곳(서초구갑, 동대문구을, 성북구갑, 강서구을) 등 전국 11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의 선거구에서 기초의회 의원을 3명 이상 선출하도록 하는 선거제도다. 현재 기초의회는 1개 선거구에서 2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 운영되고 있다. 거대 양당 틈바구니 속 군소 정당 후보들의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낮아진 문턱에 군소정당 청년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첫 출마인 박지하 후보는 “어치피 1, 2번이 무조건 당선되니 이번 기회에라도 새로운 사람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한다”며 “이번 시범 도입한 동대문구에서부터 그 변화를 보여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사표 심리’ 부담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5인 선거구인 성북구갑에 출마한 김관겸 후보는 “5등까지 된다고 하니 한 유권자가 ‘그럼 이번에 정의당은 되겠네’라고 한 말이 힘이 됐다”며 “마을 일꾼을 뽑는 구의원 선거는 비교적 정당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최대한 구석구석 주민들을 만나려고 현장을 다닌다”고 말했다. 다만, “양당이 복수 공천하면서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혼란스러운 건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이투데이가 만난 주민 상당수는 자신의 지역구가 중대선거구제로 지정됐는지도 몰랐다. 중선거구제 및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1-가’, ‘1-나’, 혹은 ‘2-가’, ‘2-나’, ‘2-다’ 등으로 표시된다. 성북천에서 만난 한 주민은 “뭐 이렇게 많이 나왔냐. 복잡스럽다”라고도 말했다.
시범도입으로 첫발을 뗐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선거구 안에서 한 정당의 복수공천이 이뤄지는 만큼 같은 정당의 후보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과열돼 파벌정치나 계파정치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후보가 난립하게 되면 유권자가 정책과 공약을 세밀히 살펴보기 어렵고, 일부는 매우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되면서 대표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대선거구제의 단점이다.
투표 방법 안내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선거구제 및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유권자는 한 명에게만 투표해야 한다. 청량리역 부근에서 냉동설비 업체를 운영하는 김기석 씨는 ‘이 지역에선 4등까지 구의원이 당선된다’고 하자 “몰랐다. 그러면 4명을 찍어야 하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실제 선거를 뛰는 후보들도 “투표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의도치 않은 무효표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시범 도입을 계기로 복수 공천 금지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