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의당 이은주·장혜영·류호정 새 원내지도부…“여성만 있다고? 노동·청년을 보시라”

입력 2022-05-12 14:39수정 2022-05-12 15:5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정의당, 새 원내지도부 출범
전원 여성·초선 의원…“노동·청년·약자 곁으로”
다당제 민주주의 의지 강조…“선거구 쪼개기 안 돼”
“새 정부, 차별금지법 제정한 정부로 기억되길”

▲정의당 이은주 신임 원내대표(가운데)와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류호정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가 4일 국회에서 열린 3기 원내지도부 선출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현실은 우리의 분발을 요청하고 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하겠다

정의당 이은주 신임 원내대표는 12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하반기 원 구성 협상부터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 의회 정치에서 제3정당의 힘 있는 행보를 보여주겠다”며 새 원내지도부 출범에 따른 각오를 밝혔다.

◇“노동이 중심, 청년·약자와 동행”

최근 한 사진이 화제다. 정의당 신임 원내 지도부의 기념사진이다. 노란 벽 앞에 선 초선 의원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이들의 뒤에는 ‘양당 말고 다당제로 정치교체!’가 적혀있다.

정의당은 4일 신임 원내대표로 이은주 의원을 선출했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엔 각각 장혜영·류호정 의원을 선임했다. 전원 여성으로 역대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원내지도부다.

50·60대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의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성 지도부’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여성으로 좁히기엔 이들이 내왔던 목소리가 노동과 청년, 장애인, 차별 등 다양하고도 치열해서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 원내대표는 30년 가까이 서울 지하철 역무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노조에서 여성 최초로 정책부장, 지회장, 정책실장을 지내며 굵직한 임무를 맡았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는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 차별받는 모든 이들의 호민관”이라며 “옳음을 독점한다고 주장하지 않으며, 의견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두 청년이 함께한다. 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장애인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발달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이었던 지난달 20일 그는 발달 장애 당사자, 가족, 그리고 시민 555명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머리카락을 밀었다. 그는 민머리로 국회를 활보하며 일한다.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 원내대변인은 “노동의 가치를 지키면서 청년과 사회적 약자와 함께 가겠다는, 진보정당의 가치로 봐달라”고 강조한다.

▲장혜영 신임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하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이은주 신임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이은주 원내대표는 “저희는 팀플레이가 아주 좋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원내대표단을 구성하는 장혜영 수석이나 류호정 원내대변인은 모두 30대이고 청년 정치가 낳은 소중한 결실이다. 대단히 용기 있고 책임 있게 역할을 잘해온 분들”이라며 “이들과 함께 원내와 여야 간 협상을 이끌어갈 날들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성별에 의미를 부여할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많은 분께서 의미를 부여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50대 남성 일색의 지도부에서 원내 지도부 3명 전원이 여성인 풍경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일 원내대표단으로서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연회장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에 쭉 서 있는데, 수많은 사람 중 딱 4명을 빼곤 다 남성이었다. 이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 노정희 선관위원장 그리고 저까지. 여성 없는 윤석열 정부의 내각도 마찬가지다. 이런 정치 현장 속에서 우리의 존재가 시민들에게 주는 사인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등 사표? 이제는 생표다”

▲여영국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은주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신임 원내지도부는 선출되자마자 중책을 맡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도 임명됐다.

전국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다니는 그의 스케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 가쁜 일정으로 빼곡하다. 그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다당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첫 시작이자 기회 아니겠냐”며 웃어 보였다.

지난달 여야는 이번 지방선거는 한해서만 전국 11개 지역구를 선정해 기초의원 정수를 최소 3인 이상 5인 이하로 하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에 합의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자 1명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비교할 때 사표(死票)를 방지해 군소·소수정당도 의석을 얻을 수 있다. 정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 이유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때 ‘다당제 정치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다당제 정치개혁에 대한 시험 무대와 같다”고 했다.

이어 “지방의회 같은 경우,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게 아니라 주민을 닮은 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며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다당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꼭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정치개혁 결단을 촉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일주일 간 국회 로덴더홀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 합의를 이끄는 중심에 이 원내대표가 있었다. 지난달 그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를 촉구하며 일주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오가는 여야 의원들을 붙잡고 개혁 필요성을 직접 호소했다. 여야 협상이 결렬되려는 순간마다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접점을 만들어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취임차 정의당 원내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건강이 염려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아마 정의당이 원하는 대로 잘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다음날(15일) 여야는 전체회의를 열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 시범 도입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5인 선거구의 현장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일단 소수정당 예비후보들의 ‘명함 문구’부터가 달라졌다. ‘이제는 3등도 됩니다.’

이 원내대표는 이 문구를 반가워하면서도 “그간 1번, 2번만 당선되는 양당 독식 정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단면이기도 하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그래도 이젠 사표론에 걱정하지 말고 투표해달라, 3등까지도 된다라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어서 후보들도 더 힘내서 열심히 현장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시·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상당수가 2인 선거구로 회귀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거대 양당을 향해 책임있는 합의 정신을 이행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11개 지역구 시범시행과 4인 선거구는 쪼갤 수 있다는 그 단서 조항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실제 광역의회에서 4인 선거구가 또 3인, 3인 있는 선거구를 6인으로 묶어서 2, 2, 2인 선거구로 쪼개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당제 정치 개혁 취지를 왜곡한 양당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미비점은 이후에도 계속 보완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새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식 직후에라도 대통령,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된 중요 의제를 정리하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할 수 있다는 정치적 신뢰를 시민들에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정부, 장애인 탈시설에 물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정부, 부동산 보유세를 정상화하여 경제적 양극화 해소의 기틀을 마련한 정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