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청년들] “SKY 장학금 200만원, 일반대 150만원” 서울로 등 떠미는 지자체

입력 2021-1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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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재정 지원 격차
서울대 1인당 교육비 3858만원
전국 1124만원 ‘교육의 질’ 차이
▲서울 주요 대학의 2022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진행된 2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정을 나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과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합격 시 등록금 전액과 200만 원 이하 학업 장려금. 연세대 신촌캠퍼스, 고려대 안암캠퍼스 합격 시 장학금 200만 원. 일반대 합격 시 장학금 150만 원.”

강원 영월군 영월장학회의 2021년 2학기 복학 장학생 선발기준이다. 소득기준은 없다. 서울에 진학한 고소득층이 일반대에 진학한 저소득층보다 많은 장학금을 받는다. 그나마 장학금 차등은 양반이다. 일반대생이 장학금을 받으려면 평균 학점이 3.3점(4.5점 만점)을 넘어야 하지만, 서울대생 등은 3.0점만 넘으면 된다. 지원대상도 일반대생은 5명뿐이지만, 서울대생 등은 제한이 없다. 지방자치단체 장학재단이 나서서 청년(15~29세) 인재들을 내보내는 형국이다.

청년들을 서울로 등 떠미는 지역은 영월뿐 아니다.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2018년 기준 군 단위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학재단 74곳 중 68곳의 장학생 선발공고문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39곳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특정 대학 합격생에 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이런 ‘명문대 장학금’은 졸업 후 지역사회 취업 등과 관계없이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된다. 당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측은 “해당 지자체에서는 이와 같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목적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장려 배출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혜자들은) 오히려 서울에 거주하면서 서울에서 경제활동을 할 가능성이 커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서울권 대학 쏠림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를 통해 지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4년제 일반대학 220여 곳의 재정지원사업 수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에 정부·지자체 재정지원사업비의 5분의 1 가까이가 투입됐다. 서울대 한 곳에만 총 지원사업비 49조6749억 원의 9.3%에 달하는 4조6175억 원이 지원됐다. 연평균 지원액을 보면, 서울대는 3848억 원, 연세대는 2040억 원, 고려대는 1522억 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세 대학을 뺀 나머지 대학의 평균 지원액은 193억 원으로 서울대의 20분의 1, 연세대·고려대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교육의 질’ 격차로 이어졌다. 전국 대학의 2018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 1124만 원이었는데, 서울대는 3858만 원으로 3.43배,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2593만 원으로 2.31배, 1941만 원으로 1.73배에 달했다. 일반대 중 최하위인 전남 세한대는 800만 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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